아프가니스탄 차기 대통령과 지방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가 탈레반의 공격으로 시민과 군경 23명 숨지는 등 핏빛으로 얼룩진 채 종료됐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7시에 개시한 대선 및 지방선거 투표를 당초 예정된 오후4시에서 1시간 연장한 5시에 마감하고 개표 작업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전체 6,519개 투표소 가운데 94.88%인 6,199개 투표소가 정상 가동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부 헬만드주의 107개 투표소, 칸다하르주의 17개 투표소는 아예 문을 열지도 못했다.
아프간 군경과 미 해병대 등 30여만명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치러진 이날 선거는 수도 카불과 북부 바글란, 남부 칸다하르 등에서 탈레반의 공격이 잇따랐다. 바글란에서는 탈레반과 경찰의 교전이 발생, 탈레반 22명이 숨지고 투표소가 폐쇄되기도 했다.
아프간의 대통령 직접선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정확한 투표율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탈레반의 테러 위협으로 투표율이 저조했다고 AFP, DPA통신 등이 전했다. 특히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남부지역의 투표율이 저조한 반면 강력한 도전자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의 지지율이 높은 북부는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다아 압둘라 후보에게 유리한 형국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날 카불을 비롯, 남부 칸다하르와 북부 쿤두즈, 중부 가즈니주 투표소를 겨냥해 동시다발적 로켓포 공격을 가했다. 카불 동부 경찰서 인근 건물에는 무장괴한 4명이 침입, 아프간 군경과 총격전을 벌이다 괴한 2명이 사살됐고 북부 파르야브주의 고르마치 지구에서는 탈레반의 로켓포 발사로 보안군 4명이 숨지는 등 곳곳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탈레반은 또 서부 헤라트주 신단드 지구에서 3곳의 투표소를 폭파해 모든 투표용지와 기물을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투표의 잠정결과는 9월 3일, 최종결과는 17일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카르자이 대통령측의 매표행위 의혹이 제기되는 등 혼탁양상에 따른 선거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제레미 사피로연구원은 "선거부정이 향후 탈레반의 입지를 강화하고 선거결과에 반발한 시민들의 시위와 폭력을 야기, 정부의 합법성을 더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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