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성인오락실 업주 A(35)씨는 올해 5월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열차에 다리가 잘리는 자해 사고를 냈다. 경기 불황으로 수입이 줄고 세금 체납으로 7억원 상당의 재산이 압류되자 상해 보험을 여러 개 들어 놓고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최근 이 같은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는 2만2,801명, 금액은 1,4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 33.6% 증가했다.
사기 유형(금액 기준)은 허위 사고가 29.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고의 사고(23.9%), 교통사고 때 보험 든 운전자로 바꿔치기(16.2%), 사고 후 보험 가입(11.4%), 피해 과장(10.9%) 등의 순이었다. 사기에 이용된 보험상품은 자동차보험이 87.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기 혐의자의 연령은 30대(25.8%)와 40대(27.8%)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0대는 486명, 20대는 4,542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57.1%, 64.3%나 늘어났다. 청소년들은 유흥비 마련을 위한 단순 가담자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학교 선후배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보험 사기를 저지르는 것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6월에는 역주행 차량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등 고등학생들이 낀 보험사기 일당 108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직업별로 보면 무직ㆍ일용직이 6,854명(30.1%)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13%) 운수업(10.1%) 자영업(9.2%)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 이진식 보험조사실장은 "경기 침체로 소득기반이 취약한 계층이 보험금을 받으려고 자동차를 이용해 일부러 사고를 내는 등 생계형 보험사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보험범죄 전담 대책반을 구성했으며, 경찰청은 11월 말까지 보험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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