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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前대통령 國裝/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눈물의 思夫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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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前대통령 國裝/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눈물의 思夫曲

입력
2009.08.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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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시30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관 미사가 진행된 신촌세브란스병원 1층 안치실에는 김 전 대통령의 반려자인 이희호 여사의 애절한 사부곡(思夫曲)이 울려 퍼졌다. 이 여사가 전날부터 동교동 자택에서 자서전 <동행> 표지 뒷장에 친필로 빼곡하게 적은 편지 내용이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 편히 쉬시게 할 겁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시리라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2009. 8. 20. 당신의 아내 이희호."

그러나 비통에 잠긴 이 여사는 끝내 편지를 읽지 못했다. 대신 비서관이 일어나 편지를 낭독하자 이 여사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여사의 흐느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 전 대통령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했다. 이 여사는 편지를 적은 자서전 외에 남편이 즐겨 읽던 성경책, 직접 뜨개질한 배 덮개, 자신이 쓰던 하얀 손수건을 관에 고이 넣었다. 이 여사는 또 한번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입관 미사에는 유족과 측근 50여명이 함께 했다.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안치된 관 옆에 앉아 참관했다. 파킨슨씨병으로 휠체어에 의지한 장남 홍일씨를 포함해 홍업, 홍걸씨와 세 며느리, 손주들도 미사 내내 고인을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전ㆍ현직 비서진 4명은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던 박 의원은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어 평소 말씀하시던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가 잘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며 오열했다.

입관식은 오후 2시께 마무리됐지만 공식 빈소인 국회측의 준비가 더뎌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권노갑 전 의원등 10명이 김 전 대통령의 관을 운구차로 옮겼다. 유족측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함께한 동교동계와 정신적 고향인 민주당, 고인이 추구한 남북정책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을 모신 운구차량은 오후 4시15분께 모여든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을 떠나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했다. 여야 정치인 등 수백명의 조문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4시35분께 운구 차량은 국회로 들어섰다.

조문객들과 함께 본청 앞 잔디밭에 심어진 23년생 '화합의 소나무'도 묵묵히 김 전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소나무는 김 전 대통령이 1998년 2월 대통령 취임식 직후 심은 것인데 '화합의 나무'로 명명됐다.

국방부 의장대의 도열 속에 빈소 앞에 운구차량이 도착하자 상주 완장을 한 민주당 전ㆍ현직 의원들은 일제히 고개 숙여 묵념했다.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본청 앞에서 김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의장대는 김 전 대통령의 관을 빈소에 마련된 냉장용 유리관에 내려 놓았다. 유리관은 23일 영결식까지 섭씨 2도로 온도가 유지된다. 고 김수한 추기경 선종 당시에도 사용됐다.

빈소 앞에 마련된 분향소는 국화 2만 송이로 꾸몄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주변에는 분홍색 리시안샤스 1,000 송이를 무궁화 모양으로 장식했다. 국회측은 시민들의 분향을 위해 빈소를 24시간 개방키로 했다. 한편 고은 시인은 이날 '당신은 우리입니다'라는 시를 지어 영전에 바쳤다. 유족 측은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당신은 민족통일입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이시를 추모곡으로 만들 계획이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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