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신임 검찰총장이 20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대검찰청 별관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임채진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계속돼 온 사상 초유의 검찰 수뇌부 장기 공백 사태가 78일 만에 마무리됐다.
김준규 호(號) 검찰의 최우선 과제는 대국민 신뢰 회복으로 요약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검찰 책임론이 불거지고 천성관 전 검찰총장 내정자가 각종 의혹에 휩싸여 낙마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검찰 스스로의 판단이다.
김 총장도 취임사에서 "검찰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며 "이제 검찰은 새롭고 수준 높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뢰 회복을 위한 가시적 변화는 특별수사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폐지론까지 나왔던 대검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일선 검찰청으로 대부분 넘기고, 중수부를 '예비군' 개념으로 운용하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처럼 중수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기보다는 전국 지방검찰청의 특별수사 사건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 형태다. 이 경우 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직접 지휘해야 하는 부담에서 한발 벗어나 '외풍'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표적수사나 먼지털기식 수사 등 검찰 수사 관행에 대한 개선 방안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임 전 총장이 누누이 수사에 있어서 '절제와 품격'을 강조했음에도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론이 제기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수사 방식 개선에 대한 강한 주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 자신이 피의자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수사 방식에 상당한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부터 "검찰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점을 볼 때 '검찰 개혁' 수준의 광범위한 변화를 예상하는 관측도 있다.
지휘부 장기 공백 사태 및 여론 악화 때문에 잔뜩 움츠러든 검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후배 검사들을 잘 추스르는 일도 우선적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학연과 지연으로 모이는 잘못된 문화를 없애야 한다"며 특정 지역ㆍ학교 출신이 검찰 요직을 독점해 온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총장은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지검 차장ㆍ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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