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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ATV 체험 오프오프 로드 무한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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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ATV 체험 오프오프 로드 무한질주…

입력
2009.08.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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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안장에 우툴두툴한 네 바퀴,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흔히 산악용 사륜구동 오토바이로 불리는 ATV(All_Terrain Vehicle)의 모습은 영락없이 큰 딱정벌레다. 빨간색 파란색으로 치장했지만 그다지 멋져 보이진 않는다. 길이는 170cm 남짓, 폭도 두 팔을 벌린 것보다 짧은 90cm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물건이 바퀴가 닿는 곳이면 아무리 험한 곳도 거침 없이 달린단다. 지프나 산악용 오토바이가 다니지 못하는 곳까지 말이다. 실제로 타 봤더니 드는 생각, '이거 정말 물건이네'.

기자는 체험을 위해 13일 경기 양평군 옥천면 대부산(해발 826m) 7부 능선에 자리한 ATV 체험장 'X_life'를 찾았다. 서울 근교에서 트랙이 아니라 진짜 산을 탈 수 있는 몇 안 되는 체험장이라고 소문난 곳이다.

서쪽으로는 대부산 정상과 유명산으로 향하는 코스가, 동쪽으로는 경사가 가장 심하고 굴곡이 많다는 상급자용 코스가 용문산으로 뻗어 있다. 물론 ATV를 처음 접하는 기자는 주저 없이 대부산을 오르는 초보자 코스를 선택했다.

박성진 대표는 "처음부터 중급 이상 코스를 타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허락하지 않는다"며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ATV 조작은 간단하다. KBS <개그콘서트> 개그우먼 박지선이 ATV를 타 봤다면 분명 "참 쉽죠~ 잉"을 연발했을 터. 오토바이 핸들처럼 생긴 오른쪽 손잡이를 잡으면 엄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가속 레버가 있다.

자동차 가속 페달처럼 누른 만큼 속도가 난다. 변속기가 있지만 전진_중립_후진으로 단순하다. 주행에서 실제로 쓰는 것은 전진 뿐. 전진 기어를 넣어도 가속 스위치를 누르지 않으면 차가 앞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주행을 마칠 때까지 변속기에는 손 댈 필요가 없다.

서는 것은 자전거와 마찬가지. 오른쪽 브레이크 손잡이를 쥐면 앞쪽 브레이크가, 왼쪽을 당기면 뒤쪽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평지에서는 가속 레버에서 손을 떼기만 해도 속도가 급격히 줄고, 제동을 하려면 양쪽 브레이크 손잡이를 같은 힘으로 당기면 된다.

5분여 작동법 교육 후 시험 주행이 이어졌다. 200m 정도 되는 공터를 타원을 그리며 4, 5바퀴 도는 코스. 교관 김성철 팀장의 구호에 맞춰 왼쪽 손잡이에 달린 시동 스위치를 눌렀다.

흔히 스쿠터로 불리는 80cc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앙칼지다면 기자가 탄 ATV의 200cc 엔진 소리는 한 옥타브 가량 낮고 무게감이 있다. 브레이크에서 손을 떼고 가속 레버를 가볍게 눌렀다. '어, 진짜 움직이네'.

예약 시간이 겹쳐 동행하게 된 이영기(27ㆍ가명) 박선주(25ㆍ여ㆍ가명) 커플도 무사히 시험 주행을 마쳤다. 드디어 산으로 출발. 주행 중 주의 사항은 단 세 가지. 뒤를 돌아보면 몸이 틀어지면서 길을 벗어날 수 있어 시선은 항상 정면. 곳곳에 급커브와 낭떠러지가 도사리고 있으니 추월 금지.

차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가는 회전하는 뒷바퀴에 발이 끌려들어 갈 수 있어 주행 중 발판에서 발 떼기 금지. 김 팀장은 "세 가지만 잘 지키면 ATV는 안전한 레포츠"라며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째지만 큰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ATV는 비포장 산길에 아무렇게나 솟은 돌들이 만들어낸 굴곡을 하나하나 읽어 낸다. 충격은 네 바퀴마다 따로 달린 스프링을 거치면서 라이더가 딱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몸으로 전해져 온다. 10분 정도 달렸을까. 바로 앞에서 달리던 박선주씨의 차량이 오른쪽 커브를 돌다가 길 바깥쪽 어른 무릎 높이의 흙더미에 멈춰 섰다.

흙길이다 보니 빗물에 쓸려 코너 바깥쪽 길의 높이가 안쪽보다 낮은 곳이 많아 차량이 바깥쪽으로 밀리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이럴 때는 밀리는 쪽 팔에 힘을 줘 차량이 높은 쪽으로 가도록 해야 하는데 박씨는 힘에 부쳤던 것. 김 팀장이 "안전을 위해 남자 친구와 동승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박씨는 기다렸다는 듯 남자 친구의 ATV 뒷자리에 착석했다.

ATV의 진가는 역시 오르막이다. 40도를 넘나드는 경사를 힘 있게 튀어 오른다. 체중을 앞으로 옮겨 앞 바퀴가 들리지 않게 하면서 일정한 속도로 오르는 게 관건. 온 몸의 세포 하나까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20분 정도 경사를 오르자 보성 녹차 밭보다 약간 넓은 규모의 초원이 펼쳐진다. 영화 '왕의 남자'(2005년) 마지막 장면, 주인공 장생(감우성) 공길(이준기)과 그들 패거리가 신명 나게 길놀이를 펼쳤던 곳이다. 그 아래로는 양평 시내를 가로지르는 남한강과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 '아' 탄성이 절로 터진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아쉽지만 하산할 때. 내리막에서는 가속 레버를 쓸 일이 없다. 오른쪽 브레이크 손잡이를 강하게 쥐고, 왼쪽 브레이크는 짧게 끊어 쓰면서 속도를 조절한다. 다시 평지를 만나자 자신감이 충만했다.

눈치 챈 듯 선두의 김 팀장이 속도를 높인다. 실제 속도는 시속 45km 정도지만 맨 몸으로 느끼는 탓에 체감 속도는 60~70km를 훌쩍 넘는다. 이날 양평군 한낮 최고기온은 32도를 넘어 찜통 더위였다. 그러나 ATV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동안 더위는 잊었다. 나무들이 내뿜는 상큼한 박하향의 피톤치트가 폐부 깊이 청량감을 줬다.

뒤따라 도착한 커플, 아예 ATV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씨는 "처음 타 봤는데 지금까지 해 본 레포츠 중 으뜸"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남자 친구 이씨는 친구,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꼭 다시 오겠단다. 인사를 하고 체험장을 나오는 순간, 허기가 몰려온다. 불과 두어 시간 전에 먹은 푸짐한 갈비탕 한 그릇은 어디 갔을까.

양평= 허정헌 기자

■ ATV 전용 체험장이 안전

ATV가 국내에 보급된 건 10년 남짓. 유원지마다 ATV 대여 업체가 들어설 만큼 ATV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 그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안전하게 즐기려면 ATV 전용 체험장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유원지에 우후죽순 생긴 ATV 대여 업체들이 주행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가이드도 없이 차량만 빌려주고 있어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2종 소형 면허' 없이 일반 도로에서 배기량 125cc 이상의 ATV를 타다가 적발되면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전용 체험장은 도로교통법상의 도로가 아니므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대한모터사이클연맹 관계자는 "ATV 체험장 예약 전 가이드가 동행하는지,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양평군 옥천면 'X_life'(www.x_life.co.kr), 강원 철원군 동송읍 '한레저'(www.hanleisure.com), 인천 남동구 '인천소래레저스포츠'(enter.homebd.co.kr/isrs) 등을 추천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코스 선택도 중요하다. 단순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초보자 코스를 1, 2회 주행하면 연속 커브와 경사가 복합된 중급 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바위와 급경사로 이뤄진 상급자 코스는 6~10회 이상 충분한 연습 후 올라야 한다. 자신의 수준을 잘 모를 때는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비용은 코스마다 다르지만 1시간 안팎의 초보자 코스가 대략 3만~4만원 정도. X_life의 경우 대부산과 유명산을 오르는 1시간30분 코스가 4만원이다. 안전을 위해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 헬멧, 팔꿈치ㆍ무릎 보호대, 장갑 등은 장비 대여료에 포함된다. 16세 이상이라야 운전할 수 있고, 어린이는 뒷자리에 동승만 가능하다.

허정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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