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 최진실씨의 유골함을 훔친 범인이 납골묘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20일 30대 중반∼5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4일 밤 9시55분에서 10시58분 사이 망치로 분묘를 깨고 유골함을 훔쳐가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실제 범행은 경찰이 당초 추정한 시간(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8시)보다 열흘이나 앞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CCTV에는 군복으로 보이는 옷과 조끼를 입은 짧은 머리의 건장한 남자 1명이 4일 밤 9시55분 최씨 묘역 왼편에서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40여분 넘게 주위를 서성거리며 살피던 이 남자는 잠시 사라졌다가 어디에선가 마대자루를 들고 돌아왔다. 처음과 달리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오후 10시44분 마대자루에서 손망치를 꺼내 최씨 분묘 뒤편의 대리석을 한차례 내려쳤다. 불꽃이 환하게 튀었다. 분묘를 깬다는 게 분묘 옆 대리석 기둥을 잘못 친 것이다. 그러나 곧 분묘 오른쪽 아래 모서리를 몇 번 치더니 유골함을 꺼내 들고 오른편으로 사라졌다. 대리석의 가장 약한 부분인 모서리만 조금 깬 것이 분묘용 대리석을 다룰 줄 아는 전문가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커다란 조화 등을 옮겨 자신이 깨뜨린 부분을 가리는 등 범행 현장을 가리기도 했다. 또 다음날인 5일 새벽 3시36분께 다시 나타나 위장해 놓은 조화와 최씨 사진패널을 치운 뒤 걸레로 정성껏 묘분을 닦아 지문을 지웠다.
화면에 용의자의 차량은 잡히지 않았지만 범행이 끝난 후 최씨 분묘 인근 주차장에서 차량 불빛이 잠시 보였다 사라지는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은 묘역 입구에서 최씨의 분묘까지 3㎞에 달하는 데다 가파른 언덕길이 많은 점 등으로 미뤄 범인이 차량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예상 도주로에 설치된 방범용 CCTV 내용도 분석하고 있다. CCTV 화면의 정밀 판독 뒤 신원이 파악되는 대로 공개 수배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16일 묘역 CCTV 분석에서 범행 사실을 확인했지만 화질이 나빠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화면확보 사실을 알리면 범인이 도주할 우려가 있어 언론에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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