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가 2004년 알 카에다 지도부 암살을 위해 사설 경호업체 블랙워터 USA를 고용했으며, 수백만달러가 들어간 이 비밀작전은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가 20일 전ㆍ현직 관련 관료들의 증언을 종합해 이 비밀작전의 전말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지난 6월 리언 파네타 CI 국장이 의회 정보위원회에서 "의회에 보고되지 않은 비밀 암살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고 밝히면서 불거진 논란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CIA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용병을 사용했으나 테러범을 생포하거나 암살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CIA의 무능에 대한 질타도 나오고 있다.
NYT는 CIA가 사설 군사조직을 이용해 알 카에다 요인을 암살 하려고 한 것은 법적 논란뿐 아니라 외교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민간 군사기업이 군사작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더욱이 CIA가 공식적인 계약서도 없이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블랙워터의 창립자인 에릭 프린스는 전 미 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CIA와 블랙워터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NYT에 밝혔다.
수년간 블랙워터는 코퍼 블랙 CIA 전 대테러센터 소장 같은 전직 CIA 고위 관리를 고용했으며, 블랙워터 간부들이 공화당에 낸 기부금 액수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재임시절 암살 프로그램을 의회에 비밀로 하라고 명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시 정부와 블랙워터의 유착 관계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블랙워터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기간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미 정부로부터 12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경호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2007년 9월 미국 요인을 경호하는 과정에서 이라크 민간인 17명을 사살하는 등 물의를 빚어 미 정부로부터 계약 해지된 상태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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