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길(37)씨는 올해 봄부터 오토캠핑을 시작했다.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상가 야영장'에서였다. '오랜만에 텐트 속에서 하룻밤 보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하룻밤의 캠핑이 그를 캠핑 마니아로 만들었다.
"인터넷에서 싸구려 텐트를 주문해 떠났죠. 가지고 간 장비라고는 양은 냄비와 휴대용 가스 버너가 전부였습니다." 강씨는 그날 밤하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별이 가득했습니다. 빗자루로 털면 후두둑 떨어질 정도였죠."
결혼한 지 8년. 그는 처음으로 혼자 하룻밤을 보냈다. 혼자 밥을 지어 먹고 텐트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 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스스로와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본격적으로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다. 부인을 '꼬드겨' 여러 장비를 구입했다. 처음에 망설이던 부인은 몇 차례 남편과 함께 캠핑을 다니며 이제는 강씨 못지 않은 마니아가 됐다.
"남편이 저나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 게 좋아요." 부인 이수진(37)씨의 말이다. "휴일 집안 풍경이라는 게 뻔하잖아요. 남편은 거실 소파에 누워 TV나 보고 있었겠죠. 아이는 자기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을 테고…."
캠핑을 시작한 후 강씨는 가족과 함께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됐다. 밤이면 모닥불 가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회사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인의 고민을 듣는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관심이 있는지도 캠핑을 다니면서 알게 됐다.
"캠핑은 서로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줬고, 방법을 알게 해 줬습니다. 아이는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을 점점 알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번 캠핑 때였죠. 처음 구입한 해먹을 나무에 감으려는데 아이가 '나무가 아플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수건으로 나무를 감싸고 그 위에 줄을 감았죠."
캠핑을 떠나면 많은 시간을 서너 평의 사이트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 폭염도 한 풀 꺾였다. 선선한 바람이라도 부는 날 가족과 함께 가까운 캠핑장으로 한번 가 보시는 건 어떠하신지. 가서 가족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눠 보시는 건 어떠하신지.
<오토캠핑 바이블> 저자 최갑수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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