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특사 조문단'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조의를 표하기 위해 오늘 서해 직항로를 통해 서울에 온다. 조문단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고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아태평화위원회 실장 등을 포함해 모두 6명이라고 한다. 김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활동에 거의 빠짐 없이 수행하는 최측근이고, 김 부장은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실세이니 상당히 무게가 실린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최선의 예우를 갖추고자 하는 북측의 성의라고 보고 싶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북한이 고립과 빈곤을 탈피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수없이 강조했다. 병상에 눕기 직전 작성한 미발표 연설 원고에서도 북핵 폐기와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9ㆍ19공동성명으로 돌아가라고 강력 촉구했다. 북측 조문단은 김 전 대통령의 영전에서 이 진심 어린 충고를 되새기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해야 한다.
북측이 조문단 파견을 통보하면서 당국간 채널을 제쳐두고 김 전 대통령 측과 직거래를 한 것을 놓고 통민봉관(通民封官), 남남갈등 유발 등의 의도가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지는 만큼 이제라도 남측 당국을 통해서 조문 절차를 밟는 것이 정상이다. 얼마 전 현대와 북측간 5개항 합의 과정에서 남측 당국이 배제된 것도 의구심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당국간 채널이 전면 차단된 현실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레 북측의 의도를 불순하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최근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북측이 당국을 배제해서 얻을 이익은 없다.
북측은 1박2일 일정의 조문단 파견을 당국간 채널 복원의 기회로 삼아 남북관계의 완전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에도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다. 평생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정착에 몸바쳐 온 김 전 대통령의 뜻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