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때 맛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실내가 얼마나 쾌적한지, 음악은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지가 그런 것들이다. 홀을 관리하는 지배인의 능숙함도 식욕을 돋우고 말고 하는 요인이 된다.
어디까지나 '레스토랑'이라 이름 붙인 곳들의 이야기다. 이모님 혼자 주방에서 국밥 말고, 앞치마에 젖은 손을 추스르며 서빙까지 해주는 곳이라면 '맛' 하나로 만족한다.
하지만 식문화가 제법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우후죽순 늘어난 '레스토랑'에 관해서라면 '맛만 있으면…'하고 관대해 질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미국의 자가트(zagat)나 프랑스의 미슐랭(Michelin)과 같이 이름난 레스토랑 가이드를 예로 보면, '분위기'와 '서비스' 그리고 '맛'이 채점 기준이 된다.
1. 분위기
분위기는 레스토랑에서 먹게 될 음식이 대충 어떤 맛이겠구나 하는 암시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같은 프랑스 요리 집이라 해도 라벤더가 흐드러진, 그리고 나뭇결이 살아 있는 원목 테이블에 보라색이나 노란 색실로 수를 놓은 테이블보를 사용했다면 캐주얼한 남프랑스 음식을 하는 집이겠거니 짐작할 수 있다.
화려함을 절제한 인테리어에 동양적 소품들이나 색감이 가미된 분위기의 프랑스 레스토랑이라면 버터를 잔뜩 넣은 전통적 맛보다는 유행에 맞는 퓨전(다른 장르나 문화권의 요리를 접목시킨) 프랑스 요리를 선보일 가능성이 많겠다.
햄버거 집인데 테이블마다 포크와 나이프가 세팅돼 있다면 두 손으로 먹기보다는 한 입씩 썰어 먹으며 와인이라도 한 잔 곁들이게 되는 수제 버거 집일 확률이 높다.
분위기가 음식과 얼마나 어울리는가는 중요한데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조명과 실내의 쾌적함(냄새), 그리고 음악이다. 요즘은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남짓한 '쉬는 시간'을 갖는데 이 시간 동안 대부분 직원들이 식사를 하거나 저녁 장사를 준비한다.
문제는 이 시간 동안 얼마나 실내 환기를 잘 하느냐가 저녁 시간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느껴진다는 것. 간장이나 김치 냄새가 공기 중에 남아 있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거나 불쾌함을 초래할 만큼 크게 울리는 음악도 밥맛을 깎는 일등 공신이다. 어설픈 음악보다는 맛있게 먹으면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손님들의 소음이 더 식욕을 촉진할 수도 있다. (다음 회에 계속)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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