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패션 트렌드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김혜수와 윤은혜, 그리고 피겨 여제 김연아의 공통점을 찾으면 된다. 드라마와 빙판 위에서 이들이 보여 주는 화려한 모습 가운데 가을 패션을 주도할 만한 부분들을 끄집어내 봤다.
■ 어깨를 보여 줘라
KBS 2TV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천방지축이지만 사랑스러운 재벌 상속녀로 등장하는 윤은혜는 어깨가 강조된 드레스 차림으로 제작 발표회에 참석했다. 앞서 김혜수 역시 패션 잡지 부편집장으로 등장하는 SBS TV 드라마 '스타일'의 첫 등장신에서 도도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어깨가 뾰족하게 속은 레이스 드레스를 선택했다.
여성 패션에서 어깨가 가장 강조된 것은 1980년대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성공한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서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ㆍ성공한 여성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옷차림)이 유행했던 당시 두꺼운 패드를 넣어 실제보다 어깨를 커다랗게 강조한 재킷은 성공의 다른 이름이었다.
올 가을의 경우 럭비 선수처럼 강인한 어깨를 자랑했던 80년대와 달리 어깨가 뾰족하게 솟구쳤을 뿐 부피감은 얄팍해 날렵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 여성성의 강조가 더 이상 사회적 성공의 장벽이 될 수 없는 세태가 패션에도 반영된 것이다.
■ 마이클 잭슨처럼 반짝여라
14일 밤 열린 '아이스 올스타즈 2009' 2부 공연에서 얼마 전 작고한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의 비트 강한 음악에 맞춰 등장한 김연아의 댄싱복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코오롱패션의 여성캐주얼 '쿠아'가 제작한 재킷은 마이클 잭슨의 무대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것. 파랑색 더블버튼 재킷에 스팽글을 달아 화려함을 더했고 황금색 어깨 장식과 라이닝, 황금색 레깅스는 세련된 멋이 물씬했다.
김연아 의상 제작을 주도한 김은정 쿠아 디자인실장은 "최근 여성복의 경향은 록 시크(Rock chic)로 다소 거칠고 야성적인 록의 요소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세계 패션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번쩍이면서 과장된 스타일들이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깨를 강조하는 견장, 길이가 짧은 숏 스타일에 징과 비즈 등으로 장식한 바이크자켓, 스톤워싱한 진 소재나 지퍼를 달아 거칠게 표현한 레깅스 등이 대표 아이템들.
이번 쇼에 등장한 다른 스타들도 스팽글을 달아 반짝이는 검정색 짧은 재킷에 검정색 면바지를 레이어드하고, 은색으로 반짝이는 홀터넥 셔츠에 회색의 스키니팬츠 등 받쳐 입는 등 화려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그래픽 & 팝아트, 엣지를 살려라
'날카로운' '첨단'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패션 업계에서는 개성이 살아 있다는 의미로 쓰이는 엣지(edge)가 첨단 유행어로 등극한 데는 김혜수의 공이 가장 클 터. 현실 속의 잡지 편집장들 대부분이 '에이, 누가 레드카펫 드레스를 사무실에서 입어, 바빠 죽겠는데…' 라며 드라마 속의 김혜수 패션에 고개를 가로 젓지만 패션 업체 홍보 담당자들 입장에서 보면 고맙기 그지없다.
올 가을 유행 상품이 쉴 새 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련된 배색과 프린트를 이용한 그래픽 및 팝아트적인 요소들이다.
제주에서 조개 캐는 장면에서 입었던 화려한 그래픽 드레스나 연녹색 면바지 위에 걸친 펑키 팝아트 티셔츠가 대표적인 아이템들.
오은정 인터패션플래닝 전임연구원은 "이번 가을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그래픽이 패션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며 "기존의 정형화한 틀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적인 감성을 다양한 주제로 펼쳐 놓는 티셔츠류가 패션에 활기를 더해 주는 필수 단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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