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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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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또다시

입력
2009.08.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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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 도시보다 변화가 적고 지루할 거란 예상은 보기좋게 어긋났다. 하루하루가 변화무쌍했다. 밤이 되면 짙은 풀 냄새가 차올랐다. 산 저쪽에서 울던 새가 다음날에는 산 이쪽에서 울었다. 아련히 먼 기억 속의 새소리였다. 빛을 좇아 모기장 틈으로 날아온 날벌레에 기겁한 아이가 비명을 질러댔다. 폭우로 방에 갇힌 날도 심심하지 않았다. 창 밖에 펼쳐진 산만 해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에 그 많은 물을 가둬놓았는지 비가 그친 뒤에도 며칠이나 산비탈을 따라 물이 흘러내렸다. 비가 온 뒤에는 탭 댄스까지 추었다. 느닷없이 발 앞에 나온 지렁이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아파트에서 태어난 큰애는 아파트를 떠난 적 없었다. 아래층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발뒤꿈치를 들고 걸었다. 그곳에서 아이의 몸짓은 커지고 별일 아닌 일에도 깔깔 소리내 웃었다. 시끄럽게 떠든다고 뭐랄 사람 하나 없었다.

우리는 도시에서처럼 앞만 보고 재게 걸을 수 없었다. 사방에 펼쳐진 것들이 자꾸만 붙들었다. 몇 번이나 날짜와 요일을 혼동했다. 할 이야기가 계속 쌓였고 자꾸 메모장을 펼쳤다. 어제 오후 우리는 도시로 돌아왔다. 앞동이 시야를 막은 방에서 잠이 깼고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였다. 다양한 듯했던 도시는 단조롭기 그지없었다. 단 한번도 한눈팔지 않았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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