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여고생이 시골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파이프오르간을 어깨너머로 배워 전국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 12일 한국음악협회가 대구에서 개최한 제3회 전국 파이프오르간 연주대회에서 고등부 1등을 차지한 곽지애(18ㆍ옥천고3)양이 주인공.
두메 마을인 충북 옥천군 이원면 칠방리에 사는 곽양이 처음 파이프오르간을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 성당에서. 곽양은 곧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소리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주변에 파이프오르간을 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연주를 배우기 어려웠다.
이따금 성당에 와서 간단한 미사용 연주를 하는 사람으로부터 기초를 익히는 정도가 전부였다. 중학생이 되면서 곽양은 대전, 청주의 카톨릭음악원, 오르간 아카데미 등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오르가니스트의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그 꿈을 접어야 했다. 파이프오르간이 워낙 고가인데다 어마 어마한 레슨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교 진학 후 2년 동안이나 건반에 손도 대지 않았다.
"30분 강습 받으려고 이원에서 청주까지 3시간씩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힘든 줄 몰랐는데…정말 그 때는 막막했습니다."
진로 문제로 방황하던 곽양을 다잡아 준 이는 음악담당 최은희(39ㆍ여)교사였다. 곽양의 음악적 소질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어렵더라도 연주자의 꿈을 접지 말라"고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웠다. 그리고 봉사활동으로 파이프오르간 레슨을 하는 서울 모 대학 교수를 소개했다. 곽양은 지난 4월부터 이 교수에게서 무료로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천부적인 재능 덕에 곽양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다시 건반을 두드린 지 3달 만인 지난달 서울 장신대학 전국학생음악콩쿠르 파이프오르간 부문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달 들어 전국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교수가 되고 싶다"는 곽양은 "외적으로 성공하는 연주자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함을 선사하는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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