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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500만 눈앞…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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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500만 눈앞… '국가대표' 김용화 감독

입력
2009.08.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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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의 흥행 뒷심이 무섭다. 지난 주말 72만명이 찾아 개봉 3주 만에 첫 흥행 1위에 올랐다. 18일까지 '국가대표'를 만난 관객은 431만 명. 이번 주말 500만 관객 돌파가 확실하다. 한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평점이 10점 만점에 9.55점을 기록할 정도로 관객의 만족도가 하늘을 찌른다. "그 영화 볼 만하다"는 입 소문이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국가대표'의 김용화(38) 감독은 "관객들이 관대하게 높게 평가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다음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걱정이 들 정도"라고도 했다. 그는 "이제까지 138번 전국으로 무대인사를 다녔다"며 "'선물을 드리려 영화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선물을 받았다'는 인사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늦바람'은 처음이 아니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도 개봉 2주째에야 1위에 오르며 흥행 뒷바람을 탔다. 그는 "내 영화는 소재가 뻔하다 보니 아무래도 개봉 프리미엄이 없다"고 말했다.

"콜라나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영화일 거라는 정도의 뻔한 기대치만 줬다가 콜라와 팝콘 먹는 것을 중단시키는 영화들이라고 할까. 설정은 너무 많이 본 것 같지만 막상 접하면 다층적인 내용이 들어있어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듯하다."

김 감독의 영화에는 그의 눈물젖은 과거가 스며있다. 그는 "교납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건강한 모습을 한번도 못 봤을 만큼 병에 시달리셨다"고 했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어머니는 간경화와 당뇨병으로 고생하다 그가 20대였을 때 각각 세상을 떴다.

김 감독은 "말년의 어머니는 아침엔 나를 알아보시다 저녁엔 못 알아보셨다"고 말했다. 당뇨병을 앓는 조로증 이복동생('오! 브라더스')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모습('미녀는 괴로워')은 그의 불우했던 가정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모님 병원비를 위해 중앙대 영화학과를 휴학한 뒤 공사장 막노동을 1년 했고, 채석장에서 2~3달 일했다. 그리고 5년 가량 선배랑 친구랑 생선장사를 했다. 2년은 1톤 트럭에 의지한 장돌뱅이였고, 3년은 도매점포를 운영했다. 지금도 고등어 한 마리의 아가미를 떼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빼는데 5초밖에 안 걸린다. 낮엔 장사하고 밤엔 비디오를 빌려 필사적으로 영화 공부를 했다. 좋아하는 영화는 100번 정도 봤다. 그 때 새로운 영화와 좋은 연기를 보는 눈이 생겼다."

'국가대표'에서 병역면제 요청 편지를 병무청에 보내는 칠구(김지석)의 사연도 김 감독의 과거와 그대로 포개진다. 칠구가 경기 출전을 망설이는 동생 봉구(이재응)의 뺨을 때리는 장면엔 초ㆍ중학교시절 7년 간의 태권도 선수 경험이 녹아있다.

"중3때 전국소년체전에서 밴텀급 준우승을 했다. 맞기도 참 많이 맞으며 운동했다. 선수 출신이니 군대는 특수부대 행이었다. 몸져누우신 부모님을 두고 군대에 갈수 없었다. 병무청장에게 편지를 세 번 보냈다. 그랬더니 실무자가 '너 같은 형편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편지뭉치를 보여주었다. 결국 '최고의 효자가 되라'는 격려와 함께 면제를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엔 지독한 비극이었다."

김 감독은 "학창시절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어 영화를 봤다"고 했다. "'백투더퓨처'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을 보면 행복했다. 그래서일까. 예술적 자의식이 내겐 없다"고도 했다.

"영화가 관객에게 위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이 아름답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살아볼 가치가 있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보편적인 내용이 아니면 절대 관객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내용이 모호하거나 관객을 당혹스럽게 하는 쪽엔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찢어지게 가슴 아파하기보다 정서적 행복을 위해 극장을 찾는 것 아닌가."

'국가대표'가 흥행 스퍼트를 하고 있는 지금, 김 감독의 눈은 할리우드를 향하고 있다. "강제규 감독이 제안한 로맨틱 코미디의 할리우드 연출을 추진 중"이라는 그는 "패션모델에 대한 이야기 등 두 작품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요즘 무대 인사 전 극장 좌석에 앉아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다음 영화 준비를 한다. 나는 기자나 평론가의 평가보다 대중들의 핀잔에 더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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