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지만, 그 중에서도 대도시의 출산기피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우 1명, 그나마 부산은 출산율이 0.98명으로 채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은 19일 '2008년 출생통계 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국 출생아 수는 46만5,892명으로 전년의 49만3,189명에 비해 2만7,297명(5.5%) 감소했다고 밝혔다. 출산율의 대표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1.19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1.25명에 비하면 감소한 것이지만 당시가 결혼과 출산이 몰린 '황금돼지해'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5년 1.08명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06년 1.12명, 2007년 1.25명을 기록하고 있어, 출산기피현상도 어느 정도 바닥을 쳤다는 평가다.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곳은 역시 대도시였다. 농촌지역인 전남과 충남이 각각 1.45명, 1.44명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한 데 비해 서울은 1.01명, 부산은 0.98명에 그쳤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도시와 지방 출산율의 편차는 높은 부동산 가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율이 낮은 서울이나 부산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이 나왔다"고 말했다. 직장은 도심이지만 결혼과 함께 집값이 싼 외곽에 보금자리를 꾸렸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 0.98명을 기록한 부산과 인접한 김해는 1.43명을 기록했고, 1.01명의 서울과 인접한 시흥은 1.48명, 남양주와 용인이 각각 1.33, 1.32명을 기록했다.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0.79세로 전년의 30.58세보다 0.21세 올라갔다. 10년 전인 1998년의 28.48세와 비교하면 2.31세 상승한 셈이다.
이유는 '늦은 결혼→늦은 출산'이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 취업난으로 결혼이 늦어지는 탓도 있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으로 출산이 늦어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출산 시기가 계속 늦춰지면 낳고 싶어도 나이가 많아 낳을 수 없는 '비자발적 무자녀 가정'이 늘어날 수 있다고 통계청은 우려했다. 즉, 산모의 고령화가 계속 된다면 더 이상의 출산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 첫째아 비중은 2000년 이후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2%포인트 감소한 52.3%로 집계됐다.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6.4로 2007년에 이어 정상성비(103~107) 범위를 유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하면 출산율이 줄었지만 2005년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15~49세)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연령별 출산율 합계이다. 가령 30세 여성이 낳은 아이의 수를 전체 30세 여성의 수로 나누어 연령별 출산율을 산출한 뒤 각 계산한 연령별 출산율을 모두 더한 값이다. 나라별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된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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