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인도 영화 한 편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블랙'은 인도 영화 하면 흔히 떠올리는, 춤과 노래로 떠들썩한 이른바 '볼리우드 뮤지컬'이 아니다. 탄탄한 시나리오, 치열한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으로 눈가를 젖게 만드는 영화다.
여덟 살 미셸은 두 살 때 눈과 귀가 먼 소녀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미셸은 거칠고 사나운 짐승 같다. 특수교육 교사 사하이는 그런 미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고 빛의 세계로 이끈다.
사하이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미셸은 마흔 나이에 대학까지 졸업한다. 하지만, 가장 기뻐해야 할 사하이는 이제 알츠하이머 병으로 모든 기억을 잃고 미셸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미셸은 예전에 자신이 배웠던 방식대로 사하이에게 세상을 가르친다.
이 모든 과정에 악전고투와 안타까움, 환희가 교차한다. 미셸이 분수에 빠져 온몸으로 배우는 첫 단어, '물'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나 치매 걸린 백발 노인이 된 사하이가 졸업 가운을 입은 미셸을 알아보는 장면 등에서는 왈칵 눈물이 솟을 수도 있다. "어둠이 필사적으로 널 삼키려고 해도 항상 빛을 향해 가야 해" 같은 코가 찡한 대사도 자주 나온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를 받치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미셸 역의 라니 무르커지도 훌륭하지만, 사하이 역 아미타브 밧친의 연기는 압권이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꼬마들이 똥을 뒤집어쓰면서까지 사인을 받고 싶어했던, 바로 그 인도의 국민배우다. 여덟 살 미셸로 나온 아역 배우 아예사 카푸르는 생애 첫 영화인 이 작품으로 인도 최대 영화제인 '페어 원 필름페어'에서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감독은 산제이 릴라 반살리. 2002년 아름답고 화려한 뮤지컬 영화 '데브다스'로 세계적 센셰이션을 일으켰던 감독이다. '블랙'은 인도에서 먼저 개봉돼 '페어 원 필름페어'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11개 부문을 석권했다. 전체 관람가. 27일 개봉.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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