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19일 국장(國葬)으로 최종 결정될 때까지 정부와 유족간에 적잖은 줄다리기가 있었다. 정부는 국민장(國民葬)을, 유족 측은 국민장보다 한 단계 격이 높은 국장을 희망하면서 양측간 협의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국장에 난색을 표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진 전례가 없는 데다, 7일간의 국민장으로 치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해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향후 서거하는 다른 전직 대통령의 장례 형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례기간이 최장 9일간 이어지면서 영결식 당일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점들도 정부 측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의 재임 중 서거는 국장, 퇴임 뒤 서거 시에는 국민장으로 치르는 것이 관행"이라고 국민장을 권유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국내 유일 노벨상 수상자인데다 남북관계를 개선한 기여를 감안해달라"고 국장을 주장하면서 이견이 좀체 좁혀지지 않았다.
협의가 이어지면서 정부 안에서도 유족의 뜻에 따라 국장으로 치르자는 의견들이 나왔고, 반대로 유족 내부에서도 '정부가 반대하면 국장을 반드시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양측의 내부적 진통도 상당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장례 절차 확정을 열릴 예정이던 국무회의도 이날 오후로 미뤄지게 됐다.
그러다 영결식 당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국장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공휴일 지정이 필요 없도록 국장기간을 6일로 정해 일요일인 23일 영결식을 치르자는 절충안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핵심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유족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라"고 '6일 국장'을 지시하고, 이날 오후 8시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장례형식은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대통령 재임 중 사망해 국장으로 치러졌던 박정희 대통령 국장에 이은 사상 두 번 째 국장이자, 첫 전직 대통령 국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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