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19일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에 공식분향소가 설치되면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고인의 업적을 되새기며 명복을 빌었다.
특히 서울광장에 설치된 공식분향소에서는 이날 1만 여 명이 조문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었던 서울광장 분향소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도착이 2시간 정도 늦춰지면서 오전 10시50분께부터 조문객을 맞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좋아했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선구자'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2만여개의 흰 국화로 둘러싸인 분향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 곳을 찾은 직장인들에서부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부친이 실향민이라고 밝힌 이경숙(48ㆍ여)씨는 "노벨 평화상까지 받을 정도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신 고인의 뜻을 이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김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었던 광주·전남 지역 주민들도 이른 아침부터 분향소에 나와 고인을 애도했다.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광주시민합동분향소'를 중학생 아들과 빈소를 찾은 조성식(46)씨는 "평생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김 전 대통령의 고귀한 정신을 아이에게 심어주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1,000여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광주전남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양한 추모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추모위는 20일 오후 옛 전남도청 앞에서 약식으로 추모문화제를 연 뒤 영결식 전날에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시민 추모대회를 열 계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이 모셔졌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정토원에도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로써 이곳 법당은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세상을 뜬 두 명의 전직대통령을 추모하는 공간이 됐다. 선진규 정토원 원장은 "민주화에 앞장선 두 분의 지도자를 잃어 슬픔이 크다"며 "종교를 떠나 김 전 대통령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61년 첫 국회의원 금배지를 단 강원도 인제군 주민들도 깊은 슬픔에 빠졌다. 당시 선거를 도왔던 방효정(85) 인제군 원로회장은 "우리나라의 큰 별이 떨어졌다"며 "남북통일이 되는 것을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던 박병용(60) 민주당 강원도당 전 사무처장은 "인제에서 출마할 당시 청년 DJ의 탁월한 언변과 통찰력 있는 연설에 반했었다"고 회상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몸소 실천한 거목을 잃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인제군은 20일부터 '하늘내린 센터'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제주 4.3사건 관련 유가족과 단체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국민회의 대선후보 시절 제주지역 유세에서 4.3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약속,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의 길을 열었다.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4.3 유가족의 눈물을 거둬준 김 전 대통령을 영원히 우리들의 대통령으로 기억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김성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