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으니 확실한 진단을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해 보시죠." 몸이 이상해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검사 후 최종 결과에 따라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고, 드물게 암 선고를 받고 힘든 치료를 시작할 수도 한다.
그렇다고 CT나 MRI, 초음파검사 등 정밀검사가 무조건 우선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위암 진단에는 위장촬영이나 내시경검사가 더 정확하다. 폐결핵이나 폐렴은 가슴 X선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골절이나 골암도 X선 촬영으로 충분히 진단한다. 다른 검사나 X선 검사로도 진단이 불충분하면 CT나 MRI가 필요하다.
■ X선- 3차원으로 진화
1895년 뢴트켄이 발견한 X선은 마취 항생제와 함께 의학 발전에 전기를 마련한 3대 발명으로 꼽힌다. X선 촬영법으로는 단순 방사선 촬영(가장 대중적)과 위장관에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찍는 투시촬영(소화기관 촬영에 쓰임), 혈관에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찍는 혈관촬영(관상동맥조영술, 스텐트 삽입 등에 쓰임) 등이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 개발로 방사선량이 3분의 1로 대폭 줄었다.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승은 교수는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0.1~0.3밀리시버트(mSvㆍ1회 촬영 기준)로 흔히 비행기 여행 시 받는 방사선량의 2.5배 정도"라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 개발로 인해 촬영된 데이터를 다각도로 조작해 세밀히 분석함으로써 아주 작은 병변도 발견할 수 있게 됐다. 마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포토샵이나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해 변형ㆍ재해석하듯 말이다.
예컨대 1회 디지털 X선 촬영으로 뼈가 보이는 영상과 뼈가 보이지 않는 영상 등 2가지를 동시에 구현해 기존에는 판독하기 어려웠던 몸 안의 조직과 뼈 이미지를 따로 얻을 수 있다. 또한 최신 디지털 X선은 한 번 촬영으로 다른 각도의 이미지를 60장까지 얻을 수 있어 머리카락과도 같은 가는 뼈의 금을 빨리 알아낸다.
■ CT- 폐암 조기 발견
CT의 기본 원리는 X선과 같다. X선을 몸에 쬐어 몸이 흡수한 방사능 수치 차이로 질병을 알아내는 것이 X선 검사라면 CT는 컴퓨터로 인체 내 아주 작은 조직 사이의 밀도차를 계산해 이를 영상화한 것이다. 뇌 이상이나 질병 위치ㆍ크기, 신경, 심장ㆍ심혈관 질환, 소화기계 질환 등을 빨리 광범위하게 검사할 수 있다.
CT는 미세골절이나 석회화한 병변, 뇌출혈 등을 MRI보다 더 잘 찾는다. 또 CT는 짧은 시간에 촬영해 폐 심장 장 등 움직이는 장기를 찍기에 좋다. 최근 1초에 각기 다른 방향에서 64장 사진을 찍는 CT(64슬라이스 CT)가 나왔다.
GE헬스케어가 최근 출시한 '디스커버리 CT750'은 CT기기 최초로 HD급 화질과 해상도를 구현했으며, 피폭량도 절반 이상 줄였다. 지멘스 필립스 도시바 등은 128슬라이스로 초당 43㎝까지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내놓았다.
최근 저용량 CT 검사가 나와 폐암 조기 발견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경수 교수는 "저용량 CT검사는 방사선 쬐는 양을 줄이면서도 좋은 영상을 얻어 가슴 X선 촬영으로는 발견 안 되는 작은 폐암도 알아낸다"고 말했다.
■ MRI- 암 진단에서 메스 없는 수술까지
MRI는 자기장을 이용해 몸 단층 영상을 얻는다. 영상 원리는 자기장과 고주파인데 커다란 전자석과 같은 MRI 장비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자기장이 걸려 몸 속 수소 분자가 반듯하게 줄 서게 된다.
여기에 고주파를 쏘면 수소분자가 제멋대로 움직이게 된다. 자장으로 인해 다시 반듯한 상태로 돌아가려 할 때 각 조직이 보내는 신호를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인체 장기가 가진 고유한 자기적 차이를 이용해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MRI는 '테슬라'(1테슬라=1만 가우스)라는 자석 세기로 성능을 표시한다. 냉장고 문 자석 세기가 100가우스 정도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자석인 셈이다. 국내 MRI 기기 중 80%가 1.5테슬라를 사용한다. 최근 3테슬라 MRI까지 도입됐다.
MRI는 암 진단과 치료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뇌졸중과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등 뇌질환, 관절, 척추, 디스크 질환 진단도 한다. 이는 MRI가 체내 연동조직(soft tissue)을 잘 촬영하기 때문이다. 간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조영제를 쓰면 간암도 정확히 진단한다.
최근 기술 진보로 암 진단뿐 아니라 전이 단계별 구분, 메스 없는 자궁근종 치료도 한다. GE헬스케어가 상용화한 이 기술은 자궁근종 치료 시 자궁을 들어내지 않아도 돼 여성에게 희소식이다. 앞으로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뇌종양 등에서 외과수술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