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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에게 광장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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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우리에게 광장을 허하라

입력
2009.08.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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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여의도광장이 있었다. 한두 번 행사에 동원되어 땡볕 아래 줄 맞춰 서 있다 돌아왔다. 뜬금없이 '국풍81'이라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는 신도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흰 미사포를 쓴 신도들의 머리가 분분히 날리는 벚꽃잎 같았다. 뭐니뭐니 해도 그곳은 시험이 끝나거나 주말, 다른 여가라고는 없던 학생들의 해방구였다. 아이들은 대여한 자전거를 타고 그냥 달렸다.

그 전에는 흔히 '역전앞'이라고 불리던 역 광장이 있었다. 국어 시간 역전이라고 배웠어도 그곳은 늘 역전앞이었다. 그곳 시계탑 아래에서 친구들과 만나 주위를 한두 시간 배회다가 돌아왔다. '서울광장'이 인조 잔디밭과 조명 등으로 단장하고 등장하기 전부터 그곳은 이미 우리에게 광장이었다. 1987년 6월항쟁의 장관은 잊히지 않는다. 그곳에 군집한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이었다.

15년 뒤 월드컵대회 때 모인 붉은악마들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제야 우리에게 광장은 진정한 광장이었다. 그런데 정작 '유형'의 광장이 된 뒤부터 광장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로 둘러쳐진 느낌이다. 걸핏하면 폐쇄된다. 약간의 충돌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들어섰다. 아이들 손 잡고 광장으로 가고 싶다. 짐 내려놓으시고 이젠 편안히 쉬시길. 그 광장에 한참 앉아 있고 싶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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