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71) 이탈리아 총리가 성추문으로 얼룩진 자신의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가족과 단란하게 지내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으나 난데없이 두 딸이 공개적으로 갈등을 벌여 수포로 돌아갔다.
이탈리아 온라인 신문 ADN크로노스닷컴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여름 휴가기간에 사르디니아에서 장녀 마리나의 43번째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준비했다. 그는 이웃 주민은 물론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전 총리 등 유명인사를 대거 초대했다.
그런데 파티의 주인공 마리나가 갑자기 "이복 여동생 바르바라(24)가 파티에 참석하면 나는 불참할 것"이라고 밝혀 생일잔치가 엉망이 됐다. 마리나가 여동생 바르바라에게 나쁜 감정을 갖게 된 이유가 있다.
바르바라는 최근 패션 잡지 '배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출판에 관심이 많다"며 "아버지는 내가 피닌베스트 그룹 산하 몬다도리 출판부문을 맡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닌베스트 그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소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거대 기업으로 이탈리아 언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셋을 비롯해 몬다도리 출판사, 영화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피닌베스트 그룹 회장으로 이들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마리나로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다. 마리나는 고교 졸업 후 밀라노 대학에 진학했으나 날로 급성장하는 아버지의 회사 일을 돕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피닌베스트 그룹에 들어가 일찍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 사실이 보도되자 "두 딸의 관계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도 내게 귀띔해주지 않았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두 차례의 결혼을 통해 2남3녀를 두고 있다. 첫 번째 부인 카를라 데로리오 사이에 장녀 마리나와 장남 피에르실비오를 낳았고 현재 아내 베로니카 라리오와는 바르바라와 셋째딸 엘레오노라, 차남 루이지가 있다.
베를루스코리 총리는 가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젊은 여성과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그가 18세 모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라리오 여사는 이혼을 선언했다.
라리오 여사는 이혼을 통해 81억 유로(약 14조3,560억원)에 달하는 남편 재산을 가능한 많이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마리나와 피에르실비오측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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