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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다음 나로호는 우리 힘으로

입력
2009.08.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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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D_데이다.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_Ⅰ)가 발사되는 날이다. 이 놈이 모양 좋게 날아올라 사뿐히 인공위성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지 온 국민이 관심이다.

이 사업에 발을 담근 모든 이들은 요 몇 주일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발사대에서 이 놈이 그냥 풀썩 주저앉거나, 발사는 됐는데 우주까지 가지 못하거나, 아니면 우주까지는 어찌어찌 갔는데 인공위성이 제대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공공의 적'으로 지탄받는 악몽도 꿨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분들에게 조금 위안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나 하려 한다. 마지막 인공위성 분리 단계에서 실패한다면 모를까 그 전에 이 놈이 툭 떨어진다면 그건 한국 담당자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사부터 우주 진입까지의 성공 여부는 엔진이 실린 나로호 1단이 제 역할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게 말만 공동 개발이지 사실상 러시아제 수입품이다. 중간에 잘못되면 100% 러시아 책임인 것이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우리 담당자들을 싸고 돌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러시아에게 온통 의존해 실패 책임까지 러시아에게 모두 돌려야 하는 이 한심한 상황을 자조적으로 말한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이 우주 발사체 핵심 기술을 획득해 대량살상무기(WMD) 보유국이 되는 것을 우려해 2006년 10월 한국과 우주기술보호협정을 체결했다. 발사대와 조립 등 다른 발사 기술은 공유하되 엔진 부분인 나로호 1단은 사실상 러시아가 만들어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엔진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러시아 현지에 나가 있던 한국 시스템 설계 담당자 60여명의 공장 접근을 007 작전하듯 틀어막았다고 한다. 또 한국에 와서 엔진 관련 업무를 보는 러시아 관계자 150여명을 로빈슨 크루소처럼 격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상당수는 엔진 전문가가 아닌 기술 유출 감시 인력이라는 소문도 있다.

러시아의 비밀주의는 거듭된 발사 연기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발사를 미루면서도 한국에게는 정확한 데이터를 주지 않거나 늑장 설명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가장 마지막 6번째 연기 때도 '기술적 이슈가 있다'는 팩스 한 장만 달랑 보내 놓고는 자세한 설명을 해 주지 않다가 한국 관리의 거듭된 요구 끝에 사흘 만에 내용을 말해 줬다.

우주 발사체의 핵심은 엔진이다. 그러나 이번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한국은 엔진 기술을 거의 얻지 못했다. 러시아가 차후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 때 이 부분을 인심 좋은 큰형처럼 통 크게 내 줄 가능성도 없다. 우리는 나로호 개발 비용 5,000억원 가운데 2,500억원을 1단 제조를 위해 썼는데 기술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고,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

우리 관리들은 "엔진 기술은 못 얻었지만 발사대와 조립 등 다른 분야에서 건진 게 많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만약 신차 개발 때 엔진을 통째로 수입했다면 다른 부분에서 모두 자립했다 해도 그게 제대로 된 우리 신차인지 묻고 싶다.

우주 발사체는 미래 성장 동력이고 산업 연관 효과가 커 일자리 창출도 기대되는 분야다. 이 탐스러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엔진 기술이고, 다른 나라에서 이 기술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답은 독자 개발뿐이다. 비록 돈과 시간이 많이 들겠지만 마음 느긋하게 먹고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이은호 생활과학부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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