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없는 한 윤제균 감독의 영화 <해운대> 도 '관객 1,000만 클럽'에 가입할 것이다. 개봉(7월22일) 한 달도 안돼 900만명을 돌파했고, 흥행 기세를 꺾을 이렇다 할 경쟁작도 없다. 지금까지 관객 1,000만 이상을 기록한 한국영화는 모두 4편이다. 2003년 <실미도> 를 시작으로 2006년까지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괴물> 까지. 해마다 1편씩 나왔지만 최근 2년 동안은 없었다. 2007년 심형래의 <디워> 와 작년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이 엄청난 제작비(각 300억원, 200억원)를 투입했지만 '1,000만 클럽' 가입에는 실패했다. 놈놈놈> 디워> 괴물> 왕의> 태극기> 실미도> 해운대>
▦ 이런 영화들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취향이나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온갖 결점을 들먹이며 "도대체 1,000만명이 들다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소문만 무턱대고 믿거나 친구 따라 극장 가는 바보들이 아니다. 더구나 영화는 시간과 돈에서 고비용 상품이다. 2000년 <대박 뒤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나무와숲 펴냄)를 몇몇이서 함께 쓴 적이 있다. 영화 <쉬리> ,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 송승환의 <난타> 등 그 무렵의 '대박' 상품의 '특별한 것(이유)'을 찾아 분석한 책이었다. 난타> 쉬리> 대박>
▦영화만 놓고 보자. 절대 '돈'으로만 되지 않는다. 작품성 한 가지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사회분위기, 관객심리, 심지어 상영시기까지 상승작용을 해야 한다. <실미도> 는 북파공작원, <태극기 휘날리며> 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이라는 사회적 관심, 이슈와 맞물렸다. <왕의 남자> 에서는 절대권력에 대한 조롱, <괴물> 에서는 가족에 대한 시각이 대박에 불을 질렀다. <해운대> 에는 그런 것도 없다. 굳이 갖다 붙인다면 '환경'이다. <쉬리> 가 그랬듯, <퍼펙트 스톰> 이나 <투모로우> 같은 할리우드 재난영화를 모방한 '유사' 상품인 셈이다. 투모로우> 퍼펙트> 쉬리> 해운대> 괴물> 왕의> 태극기> 실미도>
▦<해운대> 는 볼거리만으로는 오락이 될 수 없으며, 할리우드를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휴먼 드라마로 방향을 잡았고, 다양한 캐릭터의 인간관계와 삶의 현실을 선택했다. 대자연의 재앙에 인간은 무력한 존재이며 영웅도 없다. 권선징악도 무너지고, 인간관계도 소용없다. 그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가족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익숙한 장소, 통속적 웃음과 눈물로 담았다. 겉은 유사하지만 결코 속까지 같지는 않은, 그래서 새로워 보이고 우리 이야기로 느껴지는 영화. <해운대> 대박의 역설이다. 해운대> 해운대>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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