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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현정은 합의'가 반갑다

입력
2009.08.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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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조속히 재개, 그래야 한다. 남측 인원의 북측 육로통행ㆍ체류 원상회복, 필요한 조치다.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천만 다행이다. 백두산관광 추진, 잘 되면 좋겠다. 올 추석 남북이산가족 상봉, 고대하고 있었다.

'선 수용ㆍ후 당국 합의' 선언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합의한 내용이다. 이에 대한 일반적 정서는 '그래야 하고, 필요한 조치며, 천만 다행이고, 잘 되면 좋겠고, 고대하고 있었다'인 것 같다. 정치ㆍ외교적 관심이 덜한 일반인들만의 생각도 아니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 비해 남북관계에 소극적이라는 이명박 정부지만 이들 항목 어느 하나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의 심정일 게다.

그래서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당국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요지의 논평을 낸 것은 일단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논평을 접하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뒷머리를 당기며 어슴푸레하게 불안감이 싹트는 것도 역시 일반인들의 생각이다. 앞세운 '긍정 평가'는 국민들이 다 아는 얘기인데, 뒤따르는 '당국간 합의'라는 전제가 어째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정서와 희망을 염두에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래서 정부는 당국간 합의를 이끌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도의 논평을 발표했다면, 뒷골이 당기거나 불안감이 생기지는 않았을 게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외교적 언사는 더욱 그러하며, 남북관계 관련 논평은 더더욱 그렇다. 이를 모르지 않는 정부가 굳이 '선(先) 당국간 합의, 후(後) 긍정적 평가'의 의미를 담은 논평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상식적인 추측은 가능하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ㆍ해명을 요구해 놓은 상황이 그 하나일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의 제재에 우리도 동참해야 하는데,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합의한 5개 항 모두가 상반된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 그 두 번째일 것이다. 정부의 자존심과 관련된 일이며, 국제적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현재 남북의 위상이 어떠하며 특수한 상황이 어떠한지 세계가 알고 있다. 설사 우리가 자존심을 다소 구겼다 해서 북한에 굴복했다고 아무도 여기지 않는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다르다. 금강산 사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앞으로 절대 (관광객이 경계선을 넘어오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 주세요"가 아니라, "앞으로 절대 (관광객을 총격ㆍ살해하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지다.

신뢰가 중요한 외교관계 문제도 의지만 있다면 해법이 없을 수 없다. 북한이라는 체제가 어떠하고 김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가는 세계가 알고 있다. 우리는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와 우방과 친선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소 어리석은 물음이지만, 국제적 관계를 염두에 둬서 북한과 대립하고 긴장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우방 국가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나을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면 바랄 게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어느 쪽에 가중치를 둬야 할지는 상식이다.

우리가 먼저 손 내민들 어떤가

소위 '현정은 5개 합의'의 앞뒤에 정부의 많은 전략과 고려가 있었을 것이며, 이를 수용하는 방법을 놓고 많은 국내외적 변수가 고려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상식을 근거로 의지와 결단의 축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이제 공은 우리 정부로 넘어왔다고 하나 공을 끌어안고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당국간 합의'의 문제에서 그들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면 어떤가. 그것이 자존심을 훼손한다고 여기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국제적 신뢰를 다독이는 방법은 우리의 외교력으로 해결해 보자.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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