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교육계의 화두는 역시 '입학사정관제도'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만든 입학사정관제 웹사이트에는 입학사정관제도를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육성·채용·활용함으로써 대학이나 모집단위 별 특성에 따라 보다 자유로운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그 도입배경과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들이 학생부·수능시험·대학별고사 등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였더니 초·중등학교에서는 지나친 점수 경쟁을 초래했다. 각 대학은 모집단위의 특성에 맞는 잠재력과 소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데 일정한 한계를 보였다.
그러므로 초·중등교육 정상화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의 학생선발 권한을 확대하고 대입전형의 자율화 및 특성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지원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성적 위주의 획일적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 대학의 설립이념 및 모집단위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선발 방식으로 개편하고,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성적, 각종 서류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해석하여 활용할 수 있는 대입전형 전문가의 활용체제를 구축한다."
배경도 이해할 만 하고 목적도 좋다. 이제는 고등교육으로의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성적 또는 점수라는 수치화된 잣대로 줄 세우는 일을 그만 둘 때가 됐다. 아니,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점점 쇠퇴할 수 밖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도가 잘 정착하려면 많은 시간,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대입제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미국의 대입제도는 철저하게 각 대학의 자율성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엄격히 볼 때, 미국에는 입학사정관제도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입학담당관(Admissions Officer)'이라는 말도 있고, '입학정책(Admissions Policy)'이라는 말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입학사정관을 '대학전형 전문가'라고 부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미국의 입학담당관들은 그 임무부터 한국에서 추구하는 입학사정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입학담당관도 지원하는 학생들이 작성한 입학원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입학여부를 결정하는데 일조한다. 인터뷰도 할 수 있다. 학생선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임무는 전체적인 학생모집의 일부일 뿐이다. 미국의 입학담당관들에게는 지원 전후에 지원학생들과 소통하고, 학교의 입학정책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자세히 설명한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전문대학이나 다른 교육기관들을 찾아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소속대학을 홍보하는 등 입학과 관련된 다양한 책무가 주어지는데, 사실 이러한 업무들이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즉, 미국의 입학담당관들은 선발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학교와 지원학생 간의 교량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입학사정관제도가 잘 자리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정성, 형평성, 객관성 등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입학사정관제도의 참 의미를 더욱 홍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원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특성을 '주관적으로' 판단해 모집하고,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 학생 개개인에게도, 대학에게도, 국가적으로도 득이라는 것을 대다수 국민들이 잘 이해할 때 우리 모두가 이 제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입학담당관이 꼭 갖고 있어야 하는 자질로 '열정'과 '친절함'을 뽑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제도를 통한 공정성과 훈련을 통한 객관성보다는 참다운 교육을 향한 열정과 학생 하나하나를 내 자식처럼 사랑하고 존중하는 친절함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도는 정착되어야 한다.
한미교육연맹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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