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간 장기 집권해온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7일 미국을 방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났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들의 만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무바라크를 동행한 둘째 아들 가말 무바라크(46ㆍ왼쪽) 국민민주당 사무총장과 오마르 술레이만(76ㆍ오른쪽) 이집트 정보부장에 집중했다.
81세로 고령인 무바라크가 2011년 임기 이전 조기 선거를 통해 정권을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에게 물려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어 왔고, 세습이 힘들 경우 최측근인 술레이만이 정권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30년에 가까운 무바라크의 장기집권이 곧 끝날 것인지, 그렇다면 아들에게 정권을 물려주는 시리아나 북한의 세습정치 모델이 이집트에서도 나타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이집트는 인구의 40%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난과 정부의 극심한 부패와 무능 속에서 무바라크 이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집트 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기를 채울 것이며 조기선거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둘째 아들 가말이 집권당의 리더를 맡고 있으며 부통령의 역할을 대신해오는 등 이미 자연스러운 정권세습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들 세습'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뒀다.
정권세습이 성공할 경우 야권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정부의 핍박이 계속되는 등 정치혼란이 가중되고 경제난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알 아흐람 전략연구소의 아므르 엘 쇼바키는 "정권세습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이집트가 당면한 시급한 현안들의 해결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린폴리시(FP)는 17일 인터넷판에서 "이집트 안보문제를 통솔해 온 술레이만은 지난해 겨울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 이후 위상이 높아져, 가말을 대신할 수 있는 유력한 대통령감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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