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중심의 바람이 불어온다. 서울 못지않은 하드웨어에 콘텐츠를 갖추고도 단 한 가지, 지방이란 이유로 감내했던 홀대가 당치 않았음이 입증된다. 덩치 큰 단체들로만 판을 만든 두 지역축제 마당이 잇달아 펼쳐진다.
■ 제1회 고양합창페스티벌9월 2일~12일 아람음악당
9월 2~12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열리는 제1회 고양합창페스티벌은 이번에 닻을 올리는 행사다. 지난 1월부터 고양은 물론 성남, 부산 등 전국 연주단을 상대로 본격 섭외에 들어간 결과다.
공연 곡목이 겹치는 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등 실제 무대를 위한 사전 작업 결과, 8일 동안 8개의 합창단이 하루씩 펼칠 향연이 마련됐다. 여러 합창단이 한 무대에 출연, 종합선물세트 식의 무대를 만들던 기존 합창제의 진행 방식과 결별했다.
첫날 번스타인의 '치체스터 시편'에 출연, 소년만이 낼 수 있는 청아한 소리(보이 소프라노)를 들려줄 맹아 이은복의 존재는 이 콘서트를 더욱 빛나게 한다. 고양과 안양의 시립합창단원을 합친 100여명의 성악가들이 내는 웅장한 소리가 화답한다.
낯익은 기악 작품들이 인성만으로 거듭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안산시립합창단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등 낯익은 작품들을, 대전시립합창단은 말러와 바그너의 가곡을 각각 합창곡으로 편곡해 부른다. 인천시립합창단은 국악적 선율의 '메나리'와 '8소성(笑聲)' 등 이미 세계 무대에서 검증을 거친 창작곡들을 선보인다.
1,449석에 달하는 콘서트홀은 2초(보통 1.5초)에 달하는 잔향감 등 서울의 웬만한 공연장 뺨치는 시설 또한 자랑이다. (031)960-9722
■ 제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9월 18일부터 오페라하우스
9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44일 동안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질 제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국내외 14개팀이 모두 10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2003년 한강 이남의 유일한 오페라 전용 극장으로 오페라하우스를 개관하고, 뮤지컬 축제를 3차례 개최하는 등 최근 대구가 공연 특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 중 하나다. 오페라 레퍼토리만을 대상으로 펼치는 축제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행사다.
10월 15, 17일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을 초청해 펼칠 베버의 '마탄의 사수'는 이 축제의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칠 시금석이기도 하다. 칼스루에국립극장 제작진과 출연진의 무대로 꾸밀 무대는 현란한 조명과 음향 효과 등 새 무대 메커니즘에 현지 성악가들의 연기가 곁들여진다
지난해 이 축제가 개최한 창작 오페라 전국 공모전의 당선작 '원이 엄마'를 포항오페라단이 형상화한 무대는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한다. 경북 안동에서 발굴된 조선시대의 미라(남편)와 아내가 보낸 편지에 얽힌 사연을 토대로 만든 애틋한 노래를 텍스트로 한다.
17세기 양반의 복장과 예법, 다듬잇돌 노래, 탈춤 등 전통 문화를 되살린 무대는 10월 23~24일 공연된다. 이밖에 대전ㆍ대구ㆍ고양 오페라단이 합작한 '사랑의 묘약'(10월 8~9일), 로얄오페라단의 '카르멘'(10월 29~30일) 등 모두 22편의 무대가 펼쳐진다.
축제 기간 중 펼쳐질 부대행사는 마당을 더욱 풍성히 한다. 9월 18일 앙드레김의 '오페라 인(人ㆍin) 패션'은 다양한 오페라 무대에 쓰이는 175벌의 작품으로 펼쳐지는 패션쇼다. 23일 야외 음악당에서의 '오페라 열린 음악회'는 무료다. (053)666-6112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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