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세계적인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대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예방을 위한 백신과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백신은 올 연말까지 전 국민 10명 가운데 1명 꼴인 500만 명에게만 접종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국민의 27%인 1,300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인과 방역 요원 등 전염병 대응인력, 영ㆍ유아와 임산부ㆍ노인 등 고위험군, 군인, 초중고 학생 순으로 접종이 이뤄진다. 73%의 일반인들은 내년 봄 이전까지 백신을 맞지 못한 채 버텨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조차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당국이 확실히 확보 가능한 백신은 녹십자가 연말까지 공급할 500만 명분과 내년 1, 2월 공급할 100만 명 분 뿐이다. 나머지는 다국적제약회사로부터 구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 다국적제약회사 4곳은 최근 우리나라 보건당국과의 협상에서 당국이 예상한 1회당 단가의 2~3배인 1만5,000~2만원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국은 단가 7,000원과 접종인원 1,300만 명을 전제로 백신구입 예산을 1,930억원만 책정해놓고 있어 단가 급등 시 접종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예비비를 풀어 예산을 늘린다 해도 각국의 '백신 사재기' 경쟁 때문에 공급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많다. 현재 미국, 영국 등 각국 정부 백신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생산 예정 물량의 60~70%가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선진국의 경우 인구의 30~100%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비축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백신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 최악의 경우 올 연말까지 녹십자 공급 물량인 500만 명만 접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20일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유럽 등의 다국적제약회사 CEO들과 직접 담판을 짓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한국은 매년 1,300만 명이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할 만큼 '큰손'이기 때문에 다국적 회사들이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녹십자가 항원보강제를 혼합한 백신을 내년 이후 공급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원보강제를 혼합하면 똑 같은 원료로 2~4배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신종플루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로 인정받은 타미플루, 릴렌자 등 항바이러스제 수급 역시 만만치 않다. 현재 당국의 재고물량 222만 명분과 내달 말까지 구입이 예정된 283만 명분을 합치면 현재 확보 물량은 506만 명분(인구 대비 11%). 그러나 지금은 의료진 판단에 따라 선별적으로 약을 주지만, 대유행시기에는 중증이 아니라도 투약할 것이기 때문에 수급 차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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