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이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 때문에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제청 전 단계부터 대법관 인사검증 절차에 적극 관여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인 대법관 제청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는 지난 10일 차기 대법관 후보 4명을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추천했으나 1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이 대법원장은 최종 후보자 1명을 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2~3일 내에 끝났을 제청 절차가 지연되는 이유는 청와대가 후보군에 대한 고강도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대법관 인사검증을 주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청와대에서 후보자군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참여정부에서는 (대법관 임명제청 절차를) 대법원의 몫으로 생각해 인사검증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대법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주도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있다. 논란의 핵심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선 대통령이 헌법상의 임명권자인 만큼 임명 책임에 따른 인사검증은 당연하다는 견해가 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권력분립 원칙상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중요하지만,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를 선출 권력인 대통령이 임명권으로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인사검증은 결격 사유를 걸러내지 못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선 실패의 교훈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인사검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제청하도록 할 수 있어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 고위공무원과 달리 고도의 중립성이 요구되는 대법관 인선의 경우 사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대법원장이 제청을 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통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며"대통령의 임명권은 제청 이후 단계에서 행사되는 것이 제청권을 보장한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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