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법학 박사에 이어 2년 만에 정치학 박사 학위까지 받게 됐다.
17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친일ㆍ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에 파견 중인 지영환(42) 경위가 25일 성균관대에서 정치학 박사모를 쓴다. 그가 2007년 경희대에서 법학 박사를 수여 받은 지 2년 만이다.
평일엔 전국의 친일파 땅을 확인하는 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주말과 휴가 땐 정치학 연구자로서 논문과 씨름한 끝에 얻은 성과다. 지 경위는 "공부를 하고 싶어 자비로 대학원에 다녔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라며 "조금이나마 얻은 지식으로 업무의 질을 높이고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박사 논문인 '대통령의 대(對) 의회관계에 관한 연구'(지도교수 마인섭)는 과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이 의회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민주주의가 성숙할수록 대통령에겐 여ㆍ야당과 소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조정자'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언뜻 경찰 업무와는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주제에 그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경찰 초임 시절 대통령 간접 경호를 하면서 잠깐 본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에 많이 남았다"면서 "처음엔 대통령 경호학을 전공하려 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관심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 경위는 이번 논문을 보완해 대통령과 의회와의 관계를 다룬 정치학 전문서도 쓸 계획이다.
별과 선사시대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언젠가 고고학 박사에도 도전하고, 은퇴 후엔 고향인 전남 고흥에 작은 선사시대 박물관을 짓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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