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였던 작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은 생활 필수품 50여개 품목의 물가를 집중 관리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이른바 'MB물가지수' 탄생의 배경이었다. 당시 정부 한 관계자는 "지시 사항이니 만들긴 해야겠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그로부터 1년 반. 우려했던 대로 MB물가지수는 애물단지가 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0개월만에 1%대에 진입하는 등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52개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MB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52개 품목 중 하락한 것은 10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42개 품목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니 "MB물가가 치솟고 있다"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어도, 정부로선 속앓이만 할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물가 안정시키려고 만든 장치가 정부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엔 민생 5대 지표를 만든다고 한다. 소득, 고용, 교육, 주거, 안전 등을 계량화해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꼼꼼히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봄 직한 것도 사실이다. 지표에 정책적 의지를 담게 되면, 아무래도 정책 목표 달성을 더욱 독려할 수 있게 되고 공무원들의 책임감 역시 더 강해지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무릇 지표는 정교하지 않으면 현실을 왜곡할 소지가 농후한 법. 더구나 지표 개선이나 악화가 정부의 정책적 노력의 효과인지, 아니면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인지 측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얼마든지 제멋대로 해석하고,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얼마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를 만들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그 결과에 따라 자칫 추후에 버리지도 취하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생 지표가 MB물가지수 같은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의욕만 앞세우진 말았으면 한다.
경제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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