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17일 쓸쓸히 귀국했다. 한국은 12강 리그전에서 이란에 대패한 데 이어 8강 토너먼트에서도 레바논에 무릎을 꿇어 3위까지 주어지는 세계선수권 진출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그 뿐만 아니라 순위 결정전에서는 대만에게까지 패해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쳤다.
한국 농구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대회였다. 무관심한 협회의 행정력, 전담 코칭스태프의 부재, 이미 경쟁력을 잃은 선수들의 부실한 경기력 모두가 아쉬웠다.
아마와 프로의 수장인 농구협회(KBA)와 한국농구연맹(KBL)은 의견 조율의 부재 속에 결국 대표팀 전담 코칭스태프 선임에 이르지 못했다. KBA는 후임 감독까지 내정했으나 실질적인 '돈줄' 역할을 하는 KBL이 전임 코칭스태프 운영 비용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협회 역시 상대팀 전력 분석과 국가대표 상비군 구성 등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전무했다.
이미 '우물 안 개구리'가 된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도 혀를 차게 했다. 국제 경쟁력 대비 최고연봉을 받고 있는 화려한 KBL 소속 선수들은 중국은 물론, 중동세에도 힘없이 밀렸다.
대표팀이 편파적인 심판 판정, 불리한 스케줄 배정, 선수들의 부상 등 갖은 핑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가장 큰 패인은 '선수들이 농구를 못했기 때문'이다. 이문규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다가 한국 농구의 경쟁력과 색깔을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다.
한국 남자 농구는 2010년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때도 이방인이 됐다. 그러나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2011년 아시아선수권,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아시아 7위' 수준인 한국 남자농구의 명예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