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
4년 계약의 마지막인 2009~10 시즌을 맞이한 박지성(28ㆍ맨체스터 유나이타드)에게 던져진 화두다.
박지성은 16일 밤(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버밍엄시티와의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 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박지성이 두 시즌 만에 부상 없이 시즌 개막을 준비해왔고, 지난 10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 75분간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외의 결과다.
그러나 개막전 결장을 확대 해석할 이유는 없다. 홈 개막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버밍엄전은 EPL 38경기 중 하나일 뿐이고 박지성의 결장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전술적 선택인 것으로 해석된다.
EPL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맨유는 '에이스'급의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 전 포지션에 걸쳐 2~3명의 선수가 주전 경쟁을 벌인다.
박지성도 2005년 맨유 유니폼을 입은 후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박지성은 올시즌에도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라이언 긱스, 조란 토시치와 좌우 날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버밍엄전에 나니와 발렌시아를 선발 측면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교체 명단에 있던 긱스가 후반 나니 대신 투입돼 엔트리에 있던 측면 자원 3명이 모두 그라운드에 섰다.
그러나 한 경기로 박지성이 경쟁자들에 밀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개막 후 일주일간 3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을 고려할 때 박지성은 20일 오전 열리는 번리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시즌 초반 '임팩트'를 보여주는 일이다. 로테이션 체제로 한 시즌을 운영한다고 해도 포지션 별 '중심축'은 있게 마련이다. 맨유는 현재 좌우 측면 미드필드의 '중심'이 명확하지 않다. 나니는 입단 후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발렌시아는 팀에 합류한지 오래지 않아 '무한 신뢰'를 받기에는 때가 이르다. 노장 긱스는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
박지성은 올시즌에도 쉽지 않은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시즌 초반 공격적인 면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여준다면 경쟁자들을 제치고 맨유 측면의 기둥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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