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기무사 터에 들어설 예정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건립된다. 또 이전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부지 내부의 국군서울지구병원은 이전치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미술관 공간은 당초 계획보다 3분의1이 줄어들게 됐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전성 등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돈이 더 들더라도 역사성 보존을 위해 리모델링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파사드(전면)만 남기는 방식, 내부의 원형 계단 등 건축적으로 중요한 부분만 남기는 방식, 전체를 해체ㆍ이전하는 방식 중 어느 쪽을 택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무사 터 미술관 조성 방침을 밝힌 후 기존 기무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할지, 아니면 랜드마크가 될 건축물을 새로 지을지는 가장 큰 쟁점이었다.
문화부가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미술계에서는 층고가 낮은 기존 건물로는 현대미술 작품을 충분히 소화할 수 없으므로 신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지만, 건축계 일부에서는 역사성이 있는 공간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929년 경성의학전문학교 외래진찰소로 지어진 기무사 본관은 이후 보안사와 기무사로 사용됐으며, 근대문화재 375호로 등록돼있다.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남기로 한 것에 대해 신 차관은 "만일의 사태가 있을 경우 5분 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소생 확률이 높다고 한다"면서 "대통령 경호시의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대체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는 일단 국방부와 경호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은 국군서울지구병원 부지도 국민을 위해 활용할 것을 지시했지만, 국방부와 경호처가 경호 업무를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미술관은 병원을 제외한 공간에 'ㄱ'자 형태로 들어서게 됐다.
신 차관은 착공 전까지 기무사 터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미술관 예정지라 해서 순수미술 전시만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현재는 공터일 뿐이며 누구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아시아 대학생들의 미술작품을 파는 아트페어인 '아시아프'가 열리고 있으며, 향후 전시ㆍ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되는 예술축제 '플랫폼',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는 현대미술 전시 등이 이어진다. 문화부 산하단체들이 주최하는 건축전과 공예전 등도 열릴 예정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문제에 대해 신 차관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나 파리 루부르박물관 등 세계적 미술관들도 모두 법인 형태"라며 "이제는 미술관 스스로 커갈 수 있도록 국가는 물러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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