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귀환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성과가 작지 않다. 137일이나 억류돼 있던 자사 직원 유성진씨 석방에 이어 북측의 대남 교류협력사업을 총괄하는 아태평화위원회와 공동보도문 형식으로 발표한 금강산관광 조속 재개 등 5개항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만한 내용들이다. 5차례 체류기간 연장 등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후에 합의사항이 발표된 점도 눈길을 끈다.
현 회장이 대북사업자 자격으로 방북했고, 아태평화위와의 합의도 어디까지나 민간 차원이어서 실천과 구속력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온 남북대결 분위기를 교류와 협력의 국면으로 되돌릴 토대가 마련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북측의 일방적인 '12ㆍ1 조치'에 따라 취해진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 제한의 원상 회복은 개성공단 활성화에 꼭 필요한 일이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합의는 인도적 차원에서 중요하다.
현대와 북측 아태평화위가 합의한 내용들은 대부분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서 세부사항들에 합의해야 실천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공은 우리 정부에 넘어온 셈이지만 정부가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남북 당국 간에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남북 당국대화를 복원하고 정상화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 일각에서 북측의 통민봉관(通民封官) 의도를 경계하기도 하나 그럴수록 남북당국간 대화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정부로서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긴장 조성으로 일관하다 별안간 미소 작전으로 돌아선 북측의 의도와 진정성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북측이 핵 보유국 지위 확보 의지를 접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피할 방편으로 남측에 접근하는 것이라면 순순히 응하기 어렵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는 상당한 규모의 현금이 북측에 제공돼야만 하는 일이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와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와 내용은 북한의 핵 포기 협상 진전 여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 등에 의해 제약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외부적 요인에 우리 스스로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소극적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우리의 문제인 남북문제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객체로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방북과 현 회장의 방북 이후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