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금의환향'이었다. 다섯 차례나 방북 일정을 연장한 끝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성사시키고 귀환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7일 오후 2시23분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을 빠져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현대 측 관계자가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쳤다.
검정색 원피스에 빨간색 재킷을 걸친 현 회장은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 일행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현 회장은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현대아산 직원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그 동안 저희 직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신 정부 당국과, 함께 염려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 대해 "4일 금강산에서 북한의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원회) 부회장을 만났을 때 제안해 (방북이) 이뤄졌다"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16일 오찬을 겸해 묘향산에서 12시부터 4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특히 "김 위원장이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을 연 개척자'라고 두 선대 회장을 회고했다"며 "(김 위원장이) 아태위원회에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당면 현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작년 금강산 사고와 관련해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방북 일정을 수 차례 연장한 이유는.
"원래 (북측에서) 주말에 오라는 것을 월요일(10일)에 가겠다고 한 것이다. 저희가 일찍 가는 바람에 일정이 길어진 것 같다."
- 김 위원장이 별도로 제안이나 요청한 것이 있나.
"발표한 것 외에 다른 것은 전혀 없었다."
- 그럼 면담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했나.
"지금 (이 자리에서) 발표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을 현대가 합의했는데, 정부와 사전 조율이나 교감이 있었나.
"정부와 사전 조율은 전혀 없었고, 앞으로 정부와 잘 조율해서 하도록 하겠다."
- 정말 사전 조율이 없었나.
"(북측에서) 원하는 게 있으면 이야기 하라고 해서 다 이야기했고, 이야기를 하자 다 받아줬다."
- 연안호 귀환 문제에 대해서 오간 얘기는 없었나
"통일부 당국자와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잘 될 것이라 본다."
- (금강산에서 사망한) 박왕자씨에 대한 사과 언급이 있었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 대북 인도적 지원 이면합의 있었나.
"이면합의 전혀 없었다."
- 금강산ㆍ백두산ㆍ개성 관광 재개 시점에 대해 합의가 있었나.
"재개 시점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당국과 협의ㆍ조율해서 잘 하도록 하겠다."
파주=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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