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은 자신의 저서 <대학개혁론> 에서 이렇게 판단했다. "대학이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것과 사회를 적응시켜야 한다는 두가지 임무는 서로 상호보완적이고, 동시에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 이 둘은 생산적인 원 안에서 서로에게 되돌아온다." 대학개혁론>
대학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을 적확하게 짚어낸 대목으로 이해된다. 대학이 사회 흐름과 보조를 맞추되 질질 끌려다니기 보다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적당한 '타협'을 하라는 메시지로도 읽혀진다.
세계의 대학들은 지금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몸부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적 수준의 교수들을 초빙하고, 커리큘럼을 과감하게 손질하고, 교직원 및 전공 관련 구조조정을 매몰차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이끄는 국립대 구조개혁이 2년 전 1차 마무리 된데 이어 얼마전에는 2차 구조개혁 방안이 나왔다. 동일 권역에 있는 3개 이상 대학이 연합해 체질을 확 바꾸는 안이다. 3개 대학이 단일 의사결정 체제를 구성하되 캠퍼스를 유지하면서 특성화와 정원 조정 등을 가능케 하는 구조다.
사립대 역시 개혁의 과녁에 들어 있다. 정부는 이미 7월부터 경영난을 겪고 있거나 학사 운영이 부실한 30여개 사립대를 정해 집중적으로 경영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11월말쯤에는 문을 닫는 사립대가 처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교육계는 정부 주도의 이런 국.사립대 구조개혁 보다 중앙대의 '나홀로 개혁'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앙대 개혁의 선봉에 박용성 재단 이사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교육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알려진대로 기업인(두산중공업 회장)이자 체육인(대한체육회장)이지만, 최근 1년 사이 흡사 고등교육 전문가처럼 중앙대를 뒤집어 놓는 작업의 연출자로 돌변했다
지난해 6월 이사장 취임 뒤 2개월 여만에 전체 교수들을 강원 용평리조트에 불러모아 몇가지 '공약'을 했다. 총장 선거 간선제 전환, 성과주의에 기반한 연봉제 시행, 강력한 학문 단위 구조조정 등이 골자였다.
자신들의 '밥그릇'과 직결된 이런 방안들에 대해 적지 않은 교수들이 코웃음을 쳤다. "박 이사장이 기업 논리를 대학에 들이대면서 지나치게 오버한다"는 비판까지 공공연하게 제기했을 정도다.
그런데 1년 여 뒤 박 이사장의 발언은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재단이 임명한 총장이 선임됐고, 최대 5,00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교수 연봉제가 도입됐다. 19개 단과 대학, 77개 학과는 원점에서 재검토되면서 '초슬림화'가 가시화 한 상태다. 미래에 필요한 학문 수요에 맞춰 대대적인 '학과 수술'이 임박한 것이다.
논란이 여전하고, 구성원 반발 또한 만만치 않지만, 박 이사장의 기업 논리가 대학 논리를 누른 결과임에는 틀림없다. 교육인으로의 변신도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렇더라도 이쯤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박 이사장의 역할론이다. 재단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 대학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열린 사고는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이사장 그늘에 가려 대학 경영을 총괄해야 할 총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김진각 교육전문기자·정책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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