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보호하는데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바다 밑바닥까지 훑어 해양생태계를 초토화 시키는 저인망 어선으로부터 바다를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바다에 바위를 던져 넣는 방법으로 해저보호에 나서고 있다.
17일 그린피스와 외신들에 따르면 그린피스 회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일주일 가량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 카테가트 해협에 0.5~3톤 무게의 화강암 바위 140개를 빠뜨렸다. 그린피스는 "바위들이 해저에 가라앉아 저인망어선이 바닥을 긁어내지 못하도록 하고, 해양생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화강암이 해양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조언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해에도 독일 북부 근해 해양보호구역에 320개의 바위를 빠뜨려 큰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카테가트 해협은 해저에 진귀한 조류(藻類)군락과 버블리프(bubble reefsㆍ가스 분출 등으로 만들어진 바다암초)가 있어 물고기들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하고 청어의 산란지가 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저인망 조업으로 서대기, 넙치와 같은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있고 조류군락이 파괴돼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그린피스는 "저인망 조업은 물고기뿐 아니라 해저생태군락까지 모두 훑어 올린다"며 "끌어올린 해저생물을 떼어내 다시 바다에 던져지더라도 죽거나 말라버린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는 "카테가트 해협은 대구 등 주요 어족자원의 산란지도 아니다"며 "오히려 던져 넣은 바위 때문에 조업을 하다가 어부들이 다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유럽연합(EU)에 의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저인망 조업에 대한 제재가 없다. EU 어업협정상 특정 국가가 자국 어선의 특정 조업방식을 금지하더라도 다른 EU회원국 어선의 조업은 금지할 수 없어 적절한 규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EU가 협정을 개정해 보호지역에 대한 저인망 어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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