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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퍼블릭 에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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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퍼블릭 에너미'

입력
2009.08.1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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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고 매력적인 은행강도, 그가 사랑하는 여자, 그를 ?는 집요하고 냉철한 수사관. 이쯤 되면 적당히 애절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가 어울릴 것 같지만, 이 영화는 감정을 자극하거나 스스로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차분하다 못해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근사하다. 고전적인 연출로 빚어낸 세련된 영상과 차가운 유머가 오래 가는 향기를 남긴다.

'히트' '콜래트럴' 등의 명감독 마이클 만과 개성 넘치는 배우 조니 뎁이 만난 영화 '퍼블릭 에너미'는 1930년대 대공황기 미국의 전설적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 이야기다. 그는 FBI가 사상 최초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든 '공공의 적' 1호이지만, 대중에겐 영웅이다.

중절모와 최고급 수트 차림에 기관총을 들고 1분 40초 만에 은행을 터는 그는 서민의 푼돈은 건드리지 않고, 인질로 잡은 여자에게 깍듯이 예의를 지킨다. 영화를 보고 나오다 총에 맞아 죽는 그의 최후에 비장함은 없다. 자신을 체포하려는 FBI 전담반 사무실을 찾아가 유유히 둘러보고 나올 만큼 배짱 좋은 딜린저가 말이다.

그를 사살한 FBI 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천 베일)도 의기양양함이 없다. 우리는 각자 자기 몫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사는 것 뿐이니 애달플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다고,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마이클 만 감독은 전직 은행강도를 기술고문으로 채용해 자문을 받고, 의상과 소품 등을 철저히 고증해 1930년대를 재현, 영화의 사실성을 극대화했다.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 두 배우의 멋진 스타일과 강렬한 눈빛이 오래 기억될 영화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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