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리핀코트(미국)가 남자 100m 공식계측이 실시된 1912년, 10초6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후 10초 벽이 무너지기까지 무려 56년이 걸렸다. 짐 하인스(미국)가 1968년 9초95로 '마의 10초 벽'을 허문 것이다.
그리고 9초8의 벽이 허물어지기까지는 23년이 걸렸다. 칼 루이스(미국)는 1991년 9초86을 찍으며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혜성처럼 나타난 유세인 볼트(23ㆍ자메이카)는 불과 1년 만에 9초7, 9초6의 벽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볼트는 2008년 6월1일(이하 한국시간) 그랑프리 육상대회에서 9초72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더니 두 달여 만인 8월16일 베이징올림픽에서 9초69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볼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17일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58을 찍으며 다시 한 번 세계를 뒤흔들었다. 대회 직전 "9초54를 찍겠다"고 장담했던 볼트는 9초58로 세계신기록과 함께 우승한 뒤 "9초4에서 멈추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다음 목표를 9초4로 잡았다.
미국 일본 등의 스포츠 과학자들이 이따금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의 한계점'을 내놓긴 하지만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의 한계를 9초75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근 일본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9초50으로 예상했지만 볼트는 100분의 8초차로 근접했다.
볼트의 나이 이제 겨우 23세, 앞으로도 수년간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다. 볼트는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되던 스타트 반응속도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9초4에서 멈추겠지만 아무도 모를 일"이라는 볼트의 말이 실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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