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17일. 이 날은 아시아인이 사상 처음으로 미프로골프(PGA) 메이저대회 정상을 차지한 날로 세계 골프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91년 전통의 PGA챔피언십 우승컵인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어올린 첫 아시아인은 '제주의 아들' 양용은(37ㆍ테일러메이드)이었다. 그리고 양용은에게 고개를 숙인 상대는 다름 아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양용은이 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양용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2개,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줄이며 합계 8언더파로 우즈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즈에 2타 차로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한 양용은은 6언더파로 우즈와 공동선두를 달리던 14번홀(파4ㆍ301야드)에서 그림 같은 20m짜리 칩샷 이글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우즈는 17번홀과 18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하며 자멸했다. 양용은은 마지막 18번홀에서 과감한 세컨드 샷과 정확한 2m짜리 버디퍼트로 우승을 자축했다.
양용은은 우승상금 135만달러(약 17억원)를 받아 시즌상금을 322만달러(약 40억원)로 늘렸다. 지난 3월 혼다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은 자신의 PGA투어 2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하며 단숨에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시아인이 PGA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건 양용은이 처음이다. 후안루량(대만)이 1971년 브리티시오픈, 아오키 이사오(일본)가 1980년 US오픈, 천제충(대만)이 1985년 US오픈에서 각각 2위에 그쳤다. 최경주(39)가 2004년 마스터스에서 3위에 오른 것이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이다.
더구나 양용은은 우즈와 챔피언조로 함께 라운딩을 펼치며 처음으로 마지막 라운드 역전패를 안긴 주인공이 됐다. 우즈는 3라운드까지 단독 혹은 공동선두로 나선 14번의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었다. 마지막 날 붉은색 셔츠를 입는 우즈의 징크스로 인해 생겨난 '빨간 셔츠의 공포'라는 말은 양용은에게 만큼은 해당되지 않았다. 우즈는 경기를 마친 뒤 "양용은이 하루 종일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그의 플레이는 정말 아름다웠고 꼭 필요한 퍼트를 멋지게 성공시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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