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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패륜으로 갚은 양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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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패륜으로 갚은 양아들

입력
2009.08.1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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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거둬 길러준 양어머니를 청부 살해한 '패륜 양아들'이 범행 15개월 만에 붙잡혔다.

17일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이모(34)씨는 지난해 3월 2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한 어머니 유모(70)씨가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하자 앙심을 품고 끔찍한 범행을 계획했다. 갓난 아이로 버려졌던 자신을 30여년간 길러준 어머니를 청부 살인업자의 손에 맡긴 것이다.

이씨는 인터넷 전과자 카페 등을 뒤지며 청부업자를 물색하다 '시키는 일은 다 해주겠다'는 글을 올린 박모(31)씨에게 모친 살해를 부탁했다.

이씨의 부탁을 받은 박씨는 전모(27)씨와 함께 지난해 4월께 교통사고를 위장해 유씨를 살해하려다 실패한 뒤, 다음달 2일 경기 성남시 유씨의 집에 직접 침입해 유씨를 비닐 랩으로 질식시켜 숨지게 했다. 이씨는 유씨의 집 주소와 출입문 비밀번호 등을 박씨에게 건네주며 범행을 적극 도왔고, 살해 대가로 1억 3,000만원을 이들에게 지불했다.

유씨는 1975년 경기 하남시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철물점 앞에 갓난 아기로 버려진 이씨를 거둬 아들로 입양한 뒤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친자식이 없고 1980년대 말 남편과 이혼한 유씨에겐 이씨가 유일한 자식이자 가족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사설 경마에 빠져 학점 미달로 학교에서 제적됐고,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하고서도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가 유씨가 "경마로 재산을 탕진하는 아들에게 유산을 줄 수 없다.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자 결국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유씨가 숨진 뒤 보험금과 아파트, 점포, 예금 등 약 20억원의 유산을 물려 받아 이중 15억5,000여만원을 또 다시 사설 경마장에서 탕진했다.

갑작스러운 유씨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긴 유씨 지인들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씨가 박씨 등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씨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 받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양아들인 나를 친자식처럼 잘 돌봐줘서 크게 감사하고 있었는데 유산을 주지 않겠다는 말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7일 강도살인 교사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혐의로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씨와 전씨에 대해서도 강도살인 혐의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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