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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슈퍼맨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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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슈퍼맨 리턴즈

입력
2009.08.1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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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이따금씩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네

좁은 집에 살고 있으며

두 가지 이상의 직종을 가지고 있는 자

은하슈퍼의 장씨는 러닝셔츠가 근무복이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사내라네

생활설계사로서 슈퍼마켓의 주인으로서

그의 입지는 그야말로 탄탄하네

이 바닥에서 그를 모르는 자는 없지

어쩌면 그는 이 골목의 매뉴얼을 만드는 자

한 손으로 오토바이의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짐칸의 배달물을 잡고

은하슈퍼를 출발하여 목적지까지

목적지에서 은하슈퍼까지

삶의 설계사로서 계약에서 해지까지

리턴, 리턴, 리턴, 그리하여 삶은 무한반복이네

누구든 이 골목에서는 갑작스레 날아오르고 싶네

아니, 날아오르는 자들이라면 가급적 그를 만나는 게 좋네

● 은하슈퍼의 장씨. 그는 한 골목을 불가피하게 지배하는 자, 생활설계사이자 슈퍼마켓의 주인, 러닝셔츠 바람으로 배달을 하고 은하슈퍼라는 별에서 목적지라는 다른 별로 오토바이를 타는 자. 우리가 이 별에서 저 별이라는 일상을 치를 때 장씨 역시 그런 고만고만한 일상을 치른다.

진정한 영웅의 삶은 리턴 리턴 리턴으로 점철되어 있다. 갔다가 돌아오고 다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무한반복'의 세계. 그러므로 그에게 지배받는 이 골목도 무한반복의 세계, 이 골목에 사는 우리들도 '무한반복'의 존재들.

어느 순간 그는 오토바이를 보기 좋게 던져버리고 (그는 슈퍼맨이나 그까짓 오토바이 하나 쯤이야)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은 것이다. 우리들도 그와 함께 하늘로 갑자기 날아오르고 싶은 것이다. 무한반복에서 벗어나 하늘로 사라져 버리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장씨는 골목을 오가는 무한반복을 계속 할 것이고 우리 역시 그럴 것이다. 그게 모든 영웅의 삶인 것이다.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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