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환경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지속가능이란 주제는 사회 모든 분야에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과학기술교육의 현실에서 지속가능이란 시대적 과제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구성은 흔히 무시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무시한 전시성 사업에 앞 다퉈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 특히 자치 단체장들이 정치적 업적을 쌓기 위해 시행한 사업들이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전ㆍ후임 단체장 사이에 서로 책임을 다투는 일도 흔하다.
하드웨어에 치우친 전시성 대형 사업은 큰 예산을 손쉽게 집행할 수 있어 유권자들에게 생색내기 사업으로는 적격이지만 비효율의 표본이다. 반면에 소프트웨어에 충실한 사업은 정교한 계획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해 전시적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예산을 얻기 위해 정부의 상부조직을 설득하기도 어려워 선구적 발상과 열정이 없으면 애초 추진할 엄두를 내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요소는 진정한 인간중심 사회와 선진 민주국가를 향한 국가 경쟁력을 창출하는 데 필수적이다. 견실한 선진국은 국가 정책과 사업에서 하드웨어 요소보다는 지속가능 소프트웨어 요소에 중점을 둔다. 우리나라는 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소프트웨어의 부실을 지적 받으면서도 이를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다. 통치자를 비롯한 정치인과 정부, 그리고 자치단체장들의 기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다. 도리어 이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 정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과거와 같은 전시적이고 아마추어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의 일부는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공익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교육을 일률적인 잣대로 공공의 적으로 단정하여 규제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거꾸로 저해할 수도 있다.
우리 미래의 진정한 먹거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교육 체제를 구축하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이다. 성공적인 지속가능 과학기술교육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소프트웨어 요소의 구축과 운영을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위한 교육과 관련 정책을 이야기 할 때 정부는 총론적 수준에서 창의력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추상적인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과학기술교육은 이를 테면 현악사중주와 같다. 하드웨어적인 실험에 기반을 둔 도구의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요소인 수준 높은 과학기술교육 콘텐츠 개발과 교사들의 질적 향상, 체계적인 교육지원 시스템 등을 조화롭고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효율적인 시스템과 운영이 함께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부실하면 불협화음이 생기고 교육 전체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더 이상 비전문적이고 무능한 관료와 평가단에 과학기술교육을 맡겨서는 안 된다. 나눠먹기 식 운영도 지양해야 한다. 과학기술교육에 대한 열정을 지닌 개혁적인 인재들에게 선택과 집중 및 지속가능 과학기술교육을 위한 정교한 밑그림을 그리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 · 과학교육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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