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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마우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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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고마우신 분들'

입력
2009.08.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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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을 자신 일인 양 걱정해 주는 사람처럼 고마운 이들이 있을까. 그런데 대학의 입장에서 우리 정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은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 고마우신 분들이 늘 걱정하는 것에 비춰보면, 우리 대학들은 참 바보다. 그대로 놓아두었다가는 대학 교육이 무너질 것이 뻔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전혀 모르고 상아탑 안에서만 사는 이런 무지한 대학들은 지금까지 몇 십 년 간 해온 일이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대학 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대학을 자기 일처럼 걱정

예를 들어 외국의 세계적 대학의 몇 분의 일의 돈만 받고, 신입생들을 성적대로 뽑지 않더라도 충분히 세계적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는데도 무지한 우리 대학들은 늘 돈이 더 필요하며 성적 좋은 학생들을 뽑겠다고 물정 모르는 소리만 몇 년째 되풀이 하고 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정부와 언론과 국민이 나서서 대학들이 어떤 학생을 뽑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일일이 알려 주어야 하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

그런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은, 학교를 다니지 않은지 몇 십 년이 되었고 대학에서 강의를 해 본 적이 없으며 학술 논문을 단 한 편도 써 보지 않은 공무원이나 일반 시민이 술자리에서 10분 정도만 생각해 보면 뻔히 아는 대학의 나아갈 길을 365일 이런 일만 하는 대학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이런 대학에 어떻게 소중한 자녀를 맡길 수 있겠는가.

더욱 이상한 일은, 유난히 정이 많은 우리 국민은 남의 걱정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일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뽑아야 대학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지 가장 많이 신경 쓰시는 분들은 아직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학부모님들이다. 막상 현재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계신 학부모님들은 대학에서 뭘 가르치는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으시는데, 고등학교 학부모님들은 자신의 일처럼 신경을 써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마 자녀가 대학을 다니는 부모님들은 다른 대학이나 외국 대학에 대해 새로이 남의 걱정을 하시게 되어 정작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대학에 대해서는 걱정할 여유가 없으신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정부와 언론,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호강하는 초ㆍ중ㆍ고ㆍ 대학에 비해 아직도 관심에서 소외된 교육기관이 있으니 바로 사설 학원들이다. 다행히 사설 학원들은 현명한 정부의 규제나 통찰력 있는 언론과 국민의 비판 없이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학원을 통해 우리 어린 학생들은 부모 세대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게 되었고 토플, GRE, SAT 시험 등에서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런 사설 학원의 비법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아 외국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가만히 놓아두어도 잘 하고 있는 사설 학원들이 만약 현명하고 공정한 정부와 언론, 국민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 학원비를 현재의 10분의 1일로 낮추고도 더욱 훌륭한 성과를 내지 않을까 하는 게 유일하게 안타까운 점이다.

'무지한 대학'과 '현명한 국민'

끝으로, 우리의 훌륭한 정부와 언론과 국민은 교육시스템에 관한 이런 놀라운 비법을 우리 학교들에만 적용하고 외국 대학들은 알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서는 안 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지 아니한가. 세계 많은 나라들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지 않은가. 좋은 것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외국에도 알려 주어야 한다. 우리 정부와 국민의 놀라운 교육법이 세계에 전파되면, 하버드 옥스퍼드 도쿄대 등 세계적 대학의 수준은 다시 한 번 놀랍게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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