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플루의 자체 집단 전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가을 대유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바이러스 전문가들도 각급 학교들이 개학하고 기온이 내려가면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대유행 및 사망자 속출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16일 대구의 모 여고생 8명 등 모두 57명이 신종플루에 새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대유행을 점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외국 여행을 갔다 걸리는 단계에서 벗어나 국내에서 자체 전파되고 있고, 그것도 집단적으로 발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신종플루 환자는 5월 2일 첫 발생 이후 4개월도 안돼 모두 2,089명(16일 현재)으로 늘었다. 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이 학교에 모이게 되면 집단 전파 우려는 더욱 높아진다.
또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기온이 쌀쌀하고 습도가 낮은 가을과 겨울에 증식이 활발해진다. 북반구에서 인플루엔자가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유행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신종플루도 한국에서 이 시기에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고 사망자도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 봄에 처음 찾아왔을 때 그 기세가 미약했지만 가을에 강력한 독성으로 무장하면서 전 세계를 강타했다"며 "신종플루도 2파(波)가 더 무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 비율이 0.7~1%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라며 "신종플루 바이러스의 변종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평소 손 씻기 등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승철(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국가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장은 "남미 미국 유럽 등의 신종플루 발생 사례를 볼 때 한국도 환자수가 2,000명을 넘어 선 시점에서 사망자 발생이 예견됐다"며 "그러나 과잉 공포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의 신종플루가 20세기 초에 왔다면 수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처럼 됐겠지만 이제는 개인 면역력도 좋아졌고, 보건 의료 체계도 발전해 대유행 위험성은 그 때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까지 신종플루 환자의 사망률이 0.3%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사망자가 생겼다고 해서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외국의 경우 만성 질환이 없는 젊은 층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국내 사망자는 2명 모두 55세 이상 고령(63세와 56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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