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백용호 청장의 국세청 개혁 청사진이 마침내 공개됐다. 14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통해 제시된 '백용호식 개혁'의 3대 골자는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 ▦열린 국세청 ▦납세자 지향적인 투명한 국세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개혁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외부인사의 대대적 수혈. 감사관과 납세자보호관(신설), 전산정보관리관 등 3명의 국장직을 외부에 개방키로 했다. 폐쇄적 조직 문화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고위직 감찰기능을 가진 감사관의 경우 임기와 독립성을 보장해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하지만 개방직 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난'을 이유로 결국 내부직원들이 차지해왔던 게 공무원사회의 관례. 국세청이 과연 3자리에 대해 '외부개방'의 기본 취지를 계속 살려나갈 수 있을지가 성패의 관건이다.
그 동안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인사 시스템도 대폭 손질했다. 국세청 차장을 중심으로 인사위원회를 설치, 인사청탁으로 인한 폐해를 막고 인사기준도 공개해 학연ㆍ지연 중심의 인사관행을 과감하게 타파하기로 했다. 국세청장에 집중된 인사권한도 지방청장에 대폭 이양해 권력 집중화에 따른 문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투명인사나 권한이양 역시 제도나 기준 보다는, 의지와 운용의 문제라는 게 국세청 내부의 공통된 평가다.
백 청장은 다양한 세정 개혁안도 제시했다. 무엇보다 무소불위 권력으로 불려온 '세무조사권'을 정상화하고, 납세자 위주의 행정서비스를 강화키로 했다. 이와 관련, 대기업 세무조사를 4년마다 정례화한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대기업 세무조사가 특정기업에 대한 '손보기'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언제 세무조사를 받게 될지 예측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는 평가다. 아울러 조사대상기업 선정기준도 공개할 방침이다.
본청에 국장급의 '납세자 보호관'을 둬 납세자 권익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조사권 남용으로 인한 납세자 피해를 막기 위해 ▦세무조사 일시 정지 ▦조사반 교체 ▦해당직원 징계 등 파격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다만, 그 동안 청와대 중심으로 논의되어왔던 ▦지방국세청 폐지 ▦외부 조사전담기구 설치 ▦일선 세무서 통폐합 등은 이번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백 청장 스스로 반대입장을 밝힌 바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세청 조직안정과 내부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혁안에 대해 국세청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아울러 "과감한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 그렇다고 조직을 너무 뒤흔들 수 만은 없는 현실 사이에서 백 청장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반응들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개혁과 안정 모두에 비중을 두면서 국세행정을 효율화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국세청장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개혁안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던 점을 새겨본다면, 백 청장의 개혁청사진도 결국은 실천의 문제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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