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이 삼성SDS에 227억원의 손해를 가했다고 판단된다."
14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417호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재판장인 김창석 서울고법 형사4부장이 판결문을 읽기 시작하자 일순 조용해졌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순간 긴장감마저 감돌았던 법정은 그러나, "5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대목에 이르자 급속히 긴장이 풀리는 분위기였다.
검은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9시50분께 변호인단 등과 함께 법정에 출석한 이 전 회장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재판장석 정면의 대기 의자에 앉아 판결문이 낭독되는 30여분 동안 귀를 기울였으나 선고가 내려진 뒤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이라면 어떻겠습니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던 지난달 결심공판 때와는 달리 이 전 회장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고 재판이 끝나자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방청석에서는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삼성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 파기환송심 등 재판이 길어지면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다소 떨어진 듯했다. 비록 150여명의 방청객이 서초동 법원 청사에서 가장 큰 417호 법정을 빈틈없이 메우기는 했지만 법정 밖 복도에까지 방청객이 늘어섰던 1심 선고공판과 비교해 보면 열기는 한참 낮았다.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조준웅 특별검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영창 기자
권지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