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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새 소설집 '두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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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새 소설집 '두 생애'

입력
2009.08.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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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권력과 폭력, 삶과 예술의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해온 소설가 정찬(56ㆍ사진)씨는 새 소설집 <두 생애> (문학과지성사 발행)에서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고통은 어떻게 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의 화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다룬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제작자. 화자는 구성작가의 소개로 한 소년을 만난다. 소년의 아버지는 자신의 차에 딸이 치여 죽자 반미치광이가 돼 소년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아버지가 자살한 뒤 가족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소년은 병을 앓다가 죽은 엄마와 4개월이나 한 방에서 지내다가 발견된다. 사회복지사와 정신과의사들의 특별치료를 받지만,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는 소년의 비극적 최후는 화자로 하여금 교황과 소년의 고통을 비교하게 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 ‘신에게 선택된 인간(교황)의 고통을 그렇지 못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를 회의하던 화자는 열 살도 안돼 어머니를 여의고,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암살 위협을 당했으며 말년에는 파키슨씨 병으로 고통받았던 교황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결국 삶 속에서 고통의 본질은 맞닿아 있으며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낳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서간체 형식의 수록작 ‘희생’은 사회적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1980년대 한 한국 여성의 고통이 희망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됐던 경험이 있는 화자는 첫사랑의 여인으로부터 20년 만에 한 통의 편지를 받고 그녀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녀의 딸을 만난 화자는 그녀가 이미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과 그녀가 겪어온 고통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민주화운동 당시 수배 중이던 화자를 쫓던 경찰에게 추궁당한 그녀는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딸을 낳았던 것. 폭력의 희생양으로 딸을 낳았지만 그녀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아프리카에서 긴급구호단체 일을 하는 등 희생의 삶을 살아간다.

이 밖에도 물 말고는 아무것도 삼킬 수 없는 바비인형 같은 여성이 100㎏이 넘는 거구의 여성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는 ‘바비인형’, 손주를 차례로 잃은 고통의 치유과정을 다룬 ‘강의 저쪽’ 등 수록작은 한결같이 인간의 고통에 대한 작가의 천착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는 해설에서 “정찬이 구사하는 소설언어에는 삶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가볍게 비상하는 요즘의 소설언어들과는 달리 세계의 무게가 실려 있다”며 “독자들을 질릴 정도로 진지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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