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좀 다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노풍(盧風)의 진원지인 경남과 '진보정치 1번지' 울산이다.
경남지사 선거를 두고는 벌써부터 '노무현 선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곳이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데다 서거 1주기 직후에 선거가 치뤄지는 만큼 노풍이 재점화할 경우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에선 그간 '최고경영자(CEO) 도지사'로 불리는 김태호 지사의 3선 도전이 당연시됐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이 불거진 뒤 상황이 바뀌었다. '리틀 MB'라는 별칭을 가진 박완수 창원시장이 강력한 도전자로 떠올랐고, 여권 핵심부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역 정가에선 최근의 골프 접대 파문과 관련, 행안부가 감사원 대신 김 지사에게 박 시장을 공개 경고토록 한 걸 두고도 민감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남해군수 출신인 하영제 농림부 2차관과 황철곤 마산시장도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고, 정치인 중에는 권경석ㆍ이주영 의원과 이방호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야권에선 친노인사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에도 지역을 돌며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해온 김 전 장관은 최근에도 야권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반 한나라당 연대'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출마와 함께 특히 문재인 변호사의 부산시장 출마가 성사될 경우 PK권 전체 선거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민노당에선 문성현 전 대표가 출마를 준비 중이다.
울산시장 선거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한나라당 내 역학관계다. 친박계인 박맹우 시장의 3선 도전에 대해 친이계가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경선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 내 친이계 수장인 최병국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계 내부도 복잡하다. 정갑윤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시장직 도전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으로 지역 기반이 탄탄한 강길부 의원도 시장 선거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4ㆍ29 재보선에서 파괴력이 확인된 야권의 후보단일화 여부다. 현재 민주당에선 심규명 변호사와 임동호 시당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고, 진보진영에선 민노당 김창현 시당위원장과 진보신당 노옥희 시당위원장이 도전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민노당, 진보신당 모두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이다.
아직은 가능성 차원이지만 민주당이 중심이 돼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 친노후보를 내세우고 울산에서 진보정당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PK권 전역에서 야권의 선거연합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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